
[스포츠춘추]
19세 신예 알렉스 엘라(세계 140위·필리핀)가 매디슨 키스(세계 5위·미국)를 꺾고 필리핀 테니스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와일드카드로 마이애미 오픈에 출전한 엘라는 24일(한국시간) 열린 경기에서 올해 호주오픈 챔피언 키스를 세트 스코어 2대 0(6-4, 6-2)으로 완파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테니스 월드'의 제바드 메시치 기자는 "홈 코트에서 경기한 5번 시드 키스가 와일드카드 선수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틀 전 2017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세계 25위·라트비아)를 꺾은 엘라는 이번 승리로 이틀 연속 그랜드슬램 챔피언을 격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테니스 전문 제임스 한센 기자는 "엘라는 이틀 연속 필리핀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며 "오스타펜코를 꺾어 필리핀 선수 최초로 세계 30위 이내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고, 이제 키스를 꺾어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1975년 WTA 투어 랭킹이 처음 발표된 이후 현재까지 필리핀 선수가 세계 30위 이내 선수를 꺾은 것은 엘라의 최근 두 승리가 유일하다. 또한 톱 10 선수를 꺾은 필리핀 선수도 엘라가 최초다. 키스는 엘라와의 경기 전까지 최근 18경기에서 17승을 거두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엘라는 "어릴 때부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필리핀에는 테니스에서 앞서 길을 개척해준 선배들이 없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롤모델이 될 만한 선수들은 많았지만, 이번 승리가 필리핀 테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세트에서는 양 선수 모두 서브 게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세트에서 키스는 세 차례나 브레이크 당한 상황에서 따라잡았지만, 필리핀 선수가 계속 압박을 가해 10번째 게임에서 네 번째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세트를 가져갔다.
한센 기자는 "처음 7게임 중 6게임에서 양 선수의 서브 브레이크가 오갔다. 엘라는 5-4에서 키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가져갔다"고 분석했다. 2세트에서는 엘라의 완벽한 경기력이 돋보였다. 메시치 기자는 "와일드카드 선수는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했고, 2세트에서 미국 선수의 서브를 두 차례 더 브레이크하며 2세트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그 후로는 엘라가 경기를 장악했다. 3-2와 5-2에서 키스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며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키스가 기본적인 인사이드 아웃 포어핸드를 와이드로 날려보내자 엘라는 자신의 커리어 최고 승리를 거두며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엘라는 2022년 US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13세 때부터 스페인 마요르카섬 마나코르에 있는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에서 훈련해 왔다. 한센 기자에 따르면 엘라는 여전히 그랜드슬램 본선에 진출한 최초의 필리핀 여자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예선 최종 라운드에서 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편 이번 마이애미 오픈에서는 키스의 탈락으로 이제까지 세계 10위 이내 선수 중 세 명이 대회에서 탈락했다. 미국의 엠마 나바로(세계 9위)는 에마 라두카누(영국)에게 3세트 접전 끝에 패했고, 엘레나 리바키나(세계 4위·카자흐스탄)는 또 다른 미국 선수 애슐린 크루거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다음 경기에서 엘라는 10번 시드 파울라 바도사(스페인)와 4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한편 이가 시비옹테크(세계 2위·폴란드)는 엘리제 메르텐스(벨기에)를 세트 스코어 2-0(7-6, 6-1)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슈비옹테크는 카롤리나 무초바(체코)를 꺾은 22번 시드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와 8강 진출을 다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