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셰플러(사진=PGA 투어 SNS)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셰플러(사진=PGA 투어 SNS)

 

[스포츠춘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고향에서 열린 대회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2025년 첫 우승을 장식했다.

셰플러는 5월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4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이글 1개, 보기 2개를 묶어 8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31언더파 253타를 친 셰플러는 2위 에릭 반 루옌(남아공·23언더파)을 8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셰플러는 PGA 투어 통산 14번째 트로피를 획득했다. 특히 72홀 최저타인 253타를 기록해 저스틴 토마스와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가 보유한 PGA 투어 72홀 최저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4라운드 내내 셰플러는 평균 63.25타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냈다.

셰플러는 1라운드부터 10언더파 61타로 출발한 뒤 2라운드 63타, 3라운드 66타로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3라운드까지 8타 차 선두를 유지한 것은 2011년 US오픈 이후 PGA 투어에서 가장 큰 54홀 리드였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9번 홀(파5)에서 페어웨이 벙커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잠시 10타 차 리드까지 벌렸던 셰플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PGA 투어 역대 최저타 기록 경신을 노렸으나, 버디 퍼트가 아깝게 홀을 스치면서 기록 타이에 그쳤다.

이 대회는 셰플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셰플러는 17세였던 2014년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올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귀환해 고향 팬들 앞에서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표정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 셰플러도 이날만큼은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이 대회는 내게 정말 의미가 크다. 11년 전, 프로로서의 첫 출전을 여기서 했고, 당시 내 여동생이 캐디였다"며 "평생의 노력과 희생이 이런 작은 순간들로 보상받는 것 같다. 정말 특별하다"고 아들을 안고 소감을 전했다.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셰플러의 경기력은 정말 놀랍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보다 잘한다고 자신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며 "누구에게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첫 두 라운드를 지켜보면서 '나도 발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반 루옌은 최종 라운드 시작 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와서 셰플러의 무릎을 걷어차지 않는 한 우리에겐 우승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셰플러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하며 7승을 따냈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해 엄청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기간 요리하다 손을 다치면서 시즌 출발이 늦어졌지만, 9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고 이번 대회 전까지 5번의 톱10 성적을 거뒀다.

셰플러의 캐디 테드 스콧은 지난 4월 "셰플러를 정말 대단하게 만드는 것은 몰입하는 능력"이라며 "골프는 어려운 경기이고, 작은 실수 하나가 큰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 그러나 셰플러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플러는 다음 주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을 거쳐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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