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챔피언십이 '머드볼' 논란으로 시끄럽다(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PGA 챔피언십이 '머드볼' 논란으로 시끄럽다(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스포츠춘추]

진흙과 운이 메이저대회 우승자를 결정한다?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이 '머드볼'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3위 잰더 쇼플리(미국)가 대회 운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대회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5월 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셰플러는 16번 홀(파4)에서 322야드를 날려 페어웨이 정 중앙에 안착시켰다. 그러나 212야드 남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 물에 빠졌다. PGA투어 최고의 아이언 플레이어가 내린 어이없는 미스샷이었다.

문제는 진흙이었다. 개막 전날 내린 폭우로 페어웨이가 질척거렸고, 볼이 착지할 때마다 진흙이 묻어 제대로 된 샷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셰플러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페어웨이 한가운데 공이 떨어졌는데 진흙이 잔뜩 묻었다. 이런 볼은 어디로 갈지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평생 공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우는데, 규칙 하나 때문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머드볼은 골프에서 가장 까다로운 변수로 꼽힌다. 자칭 '트랙맨 마에스트로'라는 조 마요 코치는 "볼 오른쪽에 진흙이 묻으면 왼쪽으로, 왼쪽에 묻으면 오른쪽으로 휘는 법칙이 있다"며 "비행기 날개를 기울이면 기압 차이로 방향이 바뀌듯, 진흙도 공기역학적으로 볼 방향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주최 측이 '프리퍼드 라이'를 허용하지 않은 점이다. 프리퍼드 라이란 코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집어 닦은 후 원래 위치에 놓을 수 있는 임시 규칙이다. 그러나 PGA 챔피언십은 "골프의 순수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셰플러는 "모래를 깔지 않은 페어웨이에 잔디를 덧심으면 비 온 뒤 진흙이 심하게 묻는다"며 "골프 순수성을 따질 거라면, 페어웨이 정중앙에서 샷을 해 벌타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함께 플레이한 쇼플리도 "페어웨이에서 공을 치면서도 제대로 맞출 확률이 50%라니 짜증 난다"며 가세했다. 이어 "머드볼 문제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코스가 말라가면서 '케이크 반죽' 같은 상태가 돼 더 많은 진흙이 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수들은 머드볼을 피하기 위해 티샷을 낮게 치는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이는 비거리 감소라는 또 다른 불이익을 가져온다. 결국 골퍼의 실력보다 운에 맡기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주장이다.

1라운드 5언더파로 선두 호나탄 베가스에 5타 뒤진 셰플러는 "16번 홀에서만 진흙 때문에 2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머드볼이 우승 트로피의 향방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메이저 대회에서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된 마지막 사례는 2016년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다. 스타 선수들의 강력한 불만 표시가 골프의 본질을 중시하는 메이저대회의 전통에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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