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공동 2위까지 올라선 롯데 자이언츠가 선두 LG 트윈스와의 중요한 3연전 첫 경기에 비밀 무기를 꺼내들었다. 1차 지명 출신 '만년 유망주' 윤성빈을 깜짝 선발로 내세워 시즌 첫 1위에 도전한다.
롯데는 5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홈경기에 윤성빈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롯데는 현재 28승 2무 18패로 한화 이글스(28승 18패)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선두 LG(30승 16패)와는 불과 2경기 차이다. 만약 이번 홈 3연전에서 3경기를 다 잡을 경우 롯데는 시즌 첫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윤성빈은 롯데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매 시즌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로 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실망을 주기를 되풀이한 롯데처럼, 윤성빈도 매번 큰 기대를 받았지만 번번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작은 화려했다. 부산고 시절 150km/h 강속구로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특급 유망주였던 윤성빈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계약금 4억 5000만원이라는 신인 최고액으로 입단한 윤성빈에게는 '미래 롯데 에이스'라는 기대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제구 난조와 부상으로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8년 18경기 2승 5패 평균자책 6.39로 데뷔 시즌을 마친 뒤, 이후 6년간 1군에서 단 3경기 등판에 그쳤다. 1군 통산 성적은 21경기 2승 7패 평균자책 7.47. 매년 스프링캠프마다 '올해는 다르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 구단은 윤성빈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미국 드라이브라인 연수와 일본 치바롯데 마린스 파견 등 물심양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해 7월 30일 SSG전에서는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져 다시 2군으로 내려갔고,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한동안 잊혀졌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정말 다르다는 기대를 준다. 윤성빈은 현재까지 퓨처스리그 6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 2.11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21.1이닝 동안 40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볼넷이 19개로 여전히 많지만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퓨처스 KT전에서는 3이닝 퍼펙트 투구로 6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 구속 156km/h, 평균 154km/h의 강속구를 자신있게 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점인 구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과거보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한결 향상됐다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이번 윤성빈의 선발 등판은 롯데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의 방출 이후 영입한 알렉 감보아는 비자 문제로 1군 합류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국내 선발 나균안과 이민석도 5월 들어 각각 평균자책 6.60과 6.64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성빈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롯데는 마운드 고민을 한층 덜 수 있다.
윤성빈에게도 이번 등판은 '이번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윤성빈은 2018년 4월 7일 프로 데뷔 첫 승을 LG전에서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윤성빈은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마침 롯데의 상승세도 윤성빈에게 힘을 실어준다. 최근 삼성과의 홈 3연전을 싹쓸이했고, 타선의 화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반면 LG는 최근 KT와의 원정에서 1승 2패로 주춤했다. 시즌 초 LG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선 2대 12, 2대 10으로 대패했지만, 최근 두 달 사이 달라진 롯데의 기세라면 이번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매년 '이번엔 다르다'는 말을 들어온 롯데와 윤성빈. 하지만 올해는 정말 다르다. 그리고 달라야만 한다. 공동 2위로 올라선 롯데의 '진짜 달라진' 모습처럼, 윤성빈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일 저녁 사직구장에서 그 답이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