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KBO 수장과 선수협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KBO 허구연 총재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양현종 회장이 프로야구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KBO와 선수협은 20일 "허구연 총재와 양현종 선수협회장이 19일 KBO 사무국에서 리그 현안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KBO 박근찬 사무총장과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도 함께 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의례적 행사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KBO는 리그 운영과 제도 개선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선수들이 대등한 '파트너'로 목소리를 내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중앙집권적 하향식 결정이 관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만남은 KBO가 처음으로 선수들을 주요 정책 결정의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허구연 총재는 KBO가 추진 중인 각종 정책과 제도에 대해 설명했고, 양현종 회장은 선수들의 현장 목소리와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양측이 리그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번 만남의 가장 큰 의미는 실무적 해결책보다 양 단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BO 리그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은 실제 문제보다 오랜 불통에서 비롯된 오해가 더 크다"며 "양현종 회장이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허구연 총재가 이를 경청한 것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BO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수협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례화된 소통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만남이 MLB처럼 선수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진정한 '단체교섭 협약' 체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