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다들 직장을 옮기게 마련이지 않나.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자신의 시즌 후 거취에 관한 강한 암시를 남겼다.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을 하루 앞둔 5월 21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경기가 토트넘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큰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된 상황을 경험한 적이 많다"고 밝히며 "호주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 떠났고, 셀틱에서 우승하고 떠났고, 브리즈번에서 우승하고 떠났다"고 언급했다.
포스텍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후 호주 대표팀을 떠났고, 2023년 5월 셀틱에서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뒤 토트넘으로 이적했으며, 2012년 4월 브리즈번 로어와 A리그 그랜드 파이널 우승 후 팀을 떠난 바 있다.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는 "내 앞날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직장을 옮기는 사람이 내가 처음도 아니지 않나. 사람들은 다 직업을 바꾸기 마련이다. 내 앞날은 걱정할 것 없다. 난 아름다운 가족과 훌륭한 삶을 가졌고, 내가 마무리할 때까지 어디서든 트로피를 계속 들어 올릴 것이다."
그러면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의 미련을 드러냈다. "토트넘에서 내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느낀다"면서 "트로피가 그것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분명하고,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내가 계속 지켜보고 싶은 성장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 되든 안 되든 지금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22일 빌바오 산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리는 UEL 결승은 그의 토트넘 커리어를 정의할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트로피에 도전한다.
포스텍의 경력을 살펴보면 '2년 차 우승'이라는 뚜렷한 패턴이 보인다.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는 "난 보통 두 번째 시즌에 우승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9월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패배한 후에도 "정정하자면, 난 보통 우승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해에는 항상 우승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호주 최상위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실제로 두 번째 시즌마다 꾸준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브리즈번 로어,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셀틱, 그리고 호주 국가대표팀까지 모두 트로피 가뭄에 시달리던 팀들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 피터 클라모브스키는 "두 번째 시즌에 항상 우승한다는 그의 발언은 사실"이라며 "그것은 첫날부터 시작되는 일관된 일상 속 접근법에서 비롯된다. 그의 메시지, 축구 철학, 그리고 이에 연결된 이야기와 정신력, 축구 스타일의 일관성은 여정이 이어질수록 더욱 긴밀하게 얽혀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보도를 언급하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사에 제대로 긁힌 포스텍은 자신이 "영웅과 광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묘사한 기사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내일 어떤 결과가 나오건, 난 광대가 아니고 앞으로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26년 동안 누구로부터도 특혜받지 않고 노력해 유럽 클럽대항전 결승에서 팀을 지휘하게 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1승 5무 21패로 승점 38에 그쳐 17위로 추락했다. 강등 위험은 없지만, '빅클럽'을 자처하는 런던 연고 구단으로서 용납되기 힘든 성적이다. 그러나 맨유를 꺾고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시즌을 웃으며 마칠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루카스 베리발이 발목 부상으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파페 마타르 사르가 복귀해 중원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상에서 회복한 손흥민을 왼쪽 측면에 기용할지, 마티스 텔이나 히샬리송을 선발로 내보낼지가 중요한 선발 결정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