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바람의 손자 이정후(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포츠춘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5일 만에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적시 2루타성 타구가 상대 외야수의 슈퍼캐치에 잡히면서 동점 기회가 날아가는 아쉬움도 남겼다. 

이정후는 5월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경기전 0.274였던 이정후의 타율은 0.277로 상승했다.

이정후가 한 경기에서 2개 이상의 안타를 쳐낸 것은 지난 2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4타수 2안타 이후 5일 만이다. 특히 이날 이정후는 여러 차례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리면서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1회 첫 안타는 타구 속도가 167.1km/h에 달했고, 7회 2루타성 타구도 163.1km/h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마이애미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괴롭혔다. 1회 무사 1루에서 카브레라의 2구째 한가운데 156.2km/h 속구를 정확하게 받아쳐서 우전 안타를 날렸다. 곧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 이틀 연속 도루이자 시즌 5호 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의 침묵으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3회에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허슬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카브레라의 3구째 140.8km/h 슬라이더를 받아친 타구가 유격수쪽으로 굴러가는 느린 땅볼이 됐다.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고 전력질주, 공보다 빠르게 1루를 통과해 세이프 판정을 얻어냈다. 

다만 7회 2사 1루 네번째 타석이 아쉬웠다. 0대 1 한 점차에서 마이애미 두 번째 투수 로니 엔리케스와 맞선 이정후는 3구째 146.9km/h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타구는 163km/h의 빠른 속도로 날아가 우중간 담장 쪽을 향했다. 누가 봐도 1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이는 동점 적시타로 보였다.

하지만 마이애미 중견수 데인 마이어스가 기적 같은 수비를 펼쳤다. 우중간 쪽으로 전력질주한 마이어스는 펜스 앞에서 몸을 날려 공을 낚아챘다. 펜스에 몸을 부딪치면서도 글러브 안의 공을 끝까지 지켜내 이정후의 안타를 아웃으로 바꿨다. 이정후의 타점과 샌프란시스코의 동점이 날아간 순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산발 8개의 안타를 쳐냈지만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득점권 찬스에서 6타수 0안타로 침묵했고, 11명의 주자를 루상에 남기면서 퇴근길 캘리포니아 도로처럼 꽉 만힌 야구를 했다. 

밥 멜빈 감독도 경기 후 혀를 찼다. 감독은 "우리가 좋지 않은 흐름에 빠졌다. 오늘 8개 안타를 쳤고, 좋은 타구 두 개도 뽑아냈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선발 로비 레이가 2피안타 1실점만 했는데도 우리가 졌다. 이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2루수 타일러 피츠제럴드도 자책했다. 그는 "우리 타자들이 투수들을 위해 더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한다. 그들은 매일 혼신을 다하고 있고, 실점도 많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접전에서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피츠제랄드는 이날 6회와 8회 득점권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침묵한 팀 타선과 달리 이정후는 최근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틀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277까지 끌어올렸고, 장타성 타구는 물론 도루까지 해내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하는 중이다. 7회 찬스에서 큼직한 타구를 때려낸 장면은, 결과와 별개로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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