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대행과 양의지(사진=두산)
조성환 감독대행과 양의지(사진=두산)

 

[스포츠춘추]

기나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두산 베어스가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존 주전들에 대한 믿음이 독으로 돌아왔던 이승엽 감독 시절과 달리, 과감한 세대교체로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두산은 5일 KIA 타이거즈를 2대 1로, 6일 롯데 자이언츠를 5대 2로 연파하며 2연승을 거뒀다. 오랜만에 연승을 달린 두산은 시즌 25승 3무 34패로 8위 NC와 승차를 2경기 차로 좁히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3일 부임 첫날부터 베테랑 기강잡기에 나섰다. 시즌 초반 주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내야수 양석환과 강승호, 외야수 조수행을 동반 말소했다. 양석환은 올 시즌 타율 .260, 6홈런 23타점, 강승호는 타율 .217, 3홈런 21타점, 조수행은 타율 .230, 3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 시절 "믿음의 야구"로 계속 기회를 줬지만 결과로 보답하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조성환 대행은 1군에 남겨둔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어린 선수들이 눈치보지 않게 해달라", "젊은 선수들이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높은 몸값을 받으면서도 팀 플레이와 허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고참 선수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김동준과 양재훈(사진=두산)
김동준과 양재훈(사진=두산)

베테랑이 내려간 자리를 신인급과 젊은 선수로 채운 조 대행의 파격 기용은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6일 롯데전에서는 김동준(23)이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의 폭발적 활약을 펼쳤다. 김동준은 이날 6회 우월 솔로 홈런으로 데뷔 1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김동준은 2022년 신인 2차 1라운드 9순위로 입단한 좌투좌타 거포 기대주다. 193cm, 100kg로 외국인타자급 피지컬을 자랑하는 김동준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1경기 타율 .271, 6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잠재력을 과시했다. 고교 시절엔 투타 겸업 선수로 마운드에서 140km 이상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입단 당시 두산 스카우트로부터 "힘 하나로 줄을 세운다면 가장 앞줄에 서 있을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동준은 지난 3일 KIA전 데뷔 첫 안타를 시작으로 연일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의 1라운더 신인 내야수 박준순(사진=두산)
두산의 1라운더 신인 내야수 박준순(사진=두산)

20대 초반 내야수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25년 신인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박준순(19)은 5일 KIA전에서 4타수 2안타, 6일 롯데전에서는 4타수 1안타 1도루를 기록하며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덕수고에서 컨택과 파워, 수비력을 한 몸에 갖춘 야수 최대어의 잠재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고교 시절 주포지션인 2루가 아닌 3루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 5라운드 46순위로 입단한 이선우(19)도 유격수 자리에서 데뷔 첫 선발 출전을 소화했다. 충암고 1학년 때 '전국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이선우는 2, 3학년 시즌 부진으로 다소 지명 순번은 내려갔지만 잠재력은 박준순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퓨처스에선 14경기 1홈런 타율 .244를 기록했다.

만년 기대주 김대한(26)도 다시 기회를 잡았다. 2019년 신인 1차 지명 출신인 김대한은 6일 롯데전에서 2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다시금 구단과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시즌 1군 7경기 타율 .333으로 약점인 컨택이 예년보다 나아진 조짐도 보인다. 그외 아직 안타는 없지만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여동건도 기대할 만한 이름이다.

마운드에서도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2025년 신인 7라운드 66순위로 입단한 동의과학대 출신 양재훈(23)이 6일 롯데전에서 1.2이닝 무실점 호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8회 1사에 등판한 양재훈은 안타 1개를 맞았지만 병살타로 위기를 잘 넘겼고 9회에도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평균 146km의 묵직한 강속구를 던지는 양재훈은 대학 시절 "변화구 제구가 좋고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으며 볼넷을 잘 안 주는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로 스카우트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5월 15일 콜업 이후 7경기 중 5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신뢰를 쌓고 있다.

충암고 시절 고교 최고 기대주였던 이선우(사진=두산)
충암고 시절 고교 최고 기대주였던 이선우(사진=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의 세대교체는 기존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을 지켜본 베테랑들도 서서히 경기에서 제몫을 하기 시작했다. 6일 경기에선 최고참 양의지가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날렸고, 김재환도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찬스를 살렸다.

전임 이승엽 감독은 주전 선수와 베테랑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지만, 이 믿음이 결과적으로 독이 되면서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반면 조성환 대행은 부임 이후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선발 라인업과 선수 기용을 통해 이를 실천했다. 

아직 2연승에 불과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시작된 팀 분위기 변화는 분명히 감지된다. 비록 팀 순위는 9위지만 아직 정규시즌 82경기가 남아있다.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한 두산이 남은 시즌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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