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동생 벨링엄' 조브 벨링엄(19)이 형 주드의 발자취를 따라 독일 분데스리가로 향한다. 선덜랜드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최대 3200만 파운드(588억원) 규모의 이적에 합의했다고 6월 9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조브는 지난 시즌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끈 핵심 선수였지만, 영국 최상위 리그 대신 독일행을 택했다. 2020년 형 주드가 17세의 나이로 버밍엄 시티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던 것과 똑같은 코스다.
이적료는 기본 2800-3000만 파운드에 부가 조건에 따라 최대 3200만 파운드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금액이 모두 충족되면 2016년 우스만 뎀벨레(3500만 유로)를 제치고 도르트문트 역대 최고액 영입이 된다. 또한 2017년 조던 픽포드의 에버턴 이적(3000만 파운드)을 넘어서는 선덜랜드 클럽 역사상 최고 판매가가 된다.
선덜랜드는 향후 재판매 조항으로 15%를 보장받았다. 조브가 다음 이적에서 큰 금액을 받을 경우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브의 이적은 여러 면에서 형과 닮은꼴이다. 두 형제 모두 버밍엄 시티 유스 아카데미 출신이며, 챔피언십에서 활약한 뒤 도르트문트로 향했다. 다만 주드가 17세에 이적한 반면 조브는 19세로 2년 늦었다.
하지만 조브는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유니폼 뒷면에 성이 아닌 이름 '조브'를 새기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토니 모브레이 전 선덜랜드 감독은 2023년 "그는 형의 이름에 기대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형제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다. 주드가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10번)로 뛰는 반면, 조브는 수비형 미드필더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활용된다. 조브는 "박스 투 박스로 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수비에 가담할 수 있고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 시즌 조브는 선덜랜드에서 43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레지스 르브리 감독은 "조브는 8번(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뛸 때 가장 좋다. 공격적인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파워와 달리기 능력, 압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르코 가비아디니 전 선덜랜드 스트라이커는 "분데스리가는 챔피언십과 프리미어리그 사이 수준"이라며 "한 단계 올라가는 방법이면서도 심리적 압박은 덜할 것"이라고 독일행의 장점을 설명했다.

조브의 도르트문트 이적에는 가족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형 주드는 도르트문트에서 3년간 132경기에 출전하며 2021년 DFB 포칼 우승을 경험했다. 2022-23시즌에는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주드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첫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 더블을 달성했다.
주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생과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내 인생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43경기 출전 기록을 가진 주드와 달리, 조브는 U-21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형제는 이번 여름 클럽 월드컵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가 각각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서 승리하면 7월 5일 8강에서 만날 수 있다. 형제가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치는 역사적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조브는 6월 10일까지 FIFA가 제공하는 특별 이적 기간 내에 도르트문트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U-21 유럽 챔피언십 대신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