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야구모자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전 세계 야구팬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이 공식 석상에서 캐주얼한 스포츠 용품을 착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다.
CNN은 지난 6월 13일(한국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에서 열린 일반인 알현에서 화이트삭스 야구모자를 착용했다"며 "교황이 하얀 교황복과 함께 이런 캐주얼한 조합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신혼부부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활짝 웃으며 모자를 쓴 채 사진을 찍었다.
이 모자를 교황에게 선물한 것은 매사추세츠 출신 신혼부부 게리 데스테파노와 켈리 데스테파노였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들은 17일간의 로마 신혼여행 마지막 날 교황으로부터 신혼 축복을 받는 자리에 참석했다.
데스테파노는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군중 속에서 교황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모자를 쓸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신혼부부들이 모두 교황과 개별적으로 인사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선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다가와 축복을 해주자 데스테파노는 옆구리에서 모자를 꺼내며 "이것 좀 써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앞서 이들이 보스턴 출신이라며 레드삭스 팬이라고 언급했던 터라, 교황은 화이트삭스 모자를 보고 웃으며 "써주겠지만, 당신들은 곤란해질 텐데 나는 아니야"라고 농담했다.
이 모자를 제작한 '47 브랜드의 패트릭 캐시디 마케팅 부사장은 "교황은 궁극의 인플루언서"라며 "교황이 착용한 것은 일반 팬들이 '47brand.com'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정확히 같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해당 모자는 '47 브랜드의 MVP 컬렉션 제품으로 확인됐다.
캐시디는 "킴 카다시안, 티모시 샬라메, 케이틀린 클라크 같은 유명인들이 최근 몇 주간 우리 제품을 착용했고,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모자를 쓰고 태그하는 사람들이 매일 급증하고 있다"며 "교황의 패션 선택이 매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CNN은 "레오 14세는 시카고 출신으로 본명은 로버트 프로보스트"이라며 "5월 8일 선출 직후부터 그의 스포츠 사랑이 주목받았지만 컵스와 화이트삭스 중 어느 팀 팬인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교황의 형 존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이트삭스 팬임을 확인했고, 2005년 월드시리즈 관전 영상도 공개된 바 있다.
교황의 스포츠 사랑은 그의 친근한 이미지 형성에 한몫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그에게 '다 포프(Da Pope)'라고 별명을 붙였고, 시카고식 핫도그나 지역 주류 예프슨스 말뢰르트와 함께 찍은 편집 사진들이 밈으로 확산됐다.
CNN은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도 2023년 발렌시아가풍 흰색 패딩을 입은 AI 생성 이미지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레오 14세의 화이트삭스 모자 착용은 실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삭스 야구단도 교황의 팬 인증을 반겼다. MLB.com에 따르면 윌 베너블 감독은 1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교황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좋다"며 "이런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 투수 그랜트 테일러는 "너무 멋지다"며 "유럽은 야구 인기가 별로인데, 교황이 바티칸에서 우리 모자를 쓰고 계시면 모든 사람들이 화이트삭스 팬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팬층을 넓힐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베너블 감독은 "교황께서 진짜 팬이시라면 감독이 누군지도 아셨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화이트삭스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 대교구는 이번 주말 시카고 출신 교황을 기념하는 행사를 레이트 필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레오 14세 교황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가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