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가 3개월 도핑 출전 정지 후 복귀 무대에서 '신의 테니스'를 선보였다.
시너는 5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ATP 마스터스 1000 이탈리안 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6번 시드 카스퍼 루드(노르웨이)를 6-0, 6-1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4강에 진출했다.
루드는 최근 마드리드 오픈 챔피언으로 9연승 중이던 클레이코트 강자였다. 그러나 시너는 단 64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상대에게 단 1게임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루드가 유일하게 획득한 게임은 2세트 3번째 게임. 이때 루드는 자조적으로 양팔을 들어올리며 쓴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터에 따르면 시너의 이날 경기력은 10점 만점에 9.62점으로, 올해 남자 투어에서 가장 높은 점수였다. 이는 지난해 시너의 어떤 경기보다도 높은 평가다. 시너는 총 포인트의 71%를 획득했고, 22개의 위너샷에 비해 단 7개의 언포스드 에러만 범했다.
특히 포핸드 샷의 평균 속도는 시속 130km(81mph), 백핸드는 시속 124km(77mph)로 루드의 시속 122km(76mph), 113km(70mph)보다 월등히 빨랐다. 또한 시너는 경기의 32%를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주도했는데, 이는 투어 평균인 2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너는 "오늘 코트에서 아주 좋은 컨디션이었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라며 "밤 경기라 시원한 날씨가 도움이 됐다. 더운 날씨였다면 루드의 톱스핀 포핸드가 더 높게 튀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시너가 이 경기 하루 전인 15일, 새로 즉위한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했다는 사실이다. 교황에게 테니스 라켓을 선물한 시너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부모님도 함께여서 매우 감동적이었다.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특별한 만남 이후 시너는 마치 신의 가호를 받은 듯한 테니스를 선보였다.
루드는 경기 후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였다. 그저 상대를 보며 '와, 이건 정말 다른 차원의 테니스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치 시속 160km의 공을 계속 쏘아대는 벽과 경기하는 느낌이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시너는 준결승에서 11번 시드 토미 폴(미국)과 맞붙는다.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8번 시드 로렌조 무세티(이탈리아)가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경기한다. 시너와 무세티는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 마스터스 1000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이탈리아 선수들이다.
여자부에서도 6번 시드 자스민 파올리니가 페이튼 스턴스(미국)를 7-5, 6-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2014년 사라 에라니 이후 처음으로 로마 대회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 여자 선수가 됐다.
시너는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겸손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그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고려할 때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