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선출이 미국 스포츠계에 이색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시카고 출신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되자 시카고의 두 메이저리그 팀이 서로 '교황은 우리 팀 팬'이라며 '황심' 선점 경쟁을 벌였다.
CBS 시카고에 따르면, 시카고 컵스는 9일(한국시간) 새 교황 선출 직후 트위터(현 'X')에 "헤이, 시카고, 교황님은 컵스 팬이야!"라는 문구가 적힌 리글리 필드 전광판 사진을 게시하며 가장 먼저 교황의 팬심을 차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곧바로 반박당했다. 교황의 형 존 프레보스트는 CBS 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컵스의 주장은 틀렸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줄곧 화이트삭스 팬이었다"며 "우리 동네에서 화이트삭스 구장까지 그리 멀지 않았고, 복사(제단에서 신부를 보조하는 역할) 시절 보상으로 경기를 보러 자주 갔다"고 회상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화이트삭스는 즉시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어느 팀 팬인지는) 가족이 가장 잘 안다. 교황님의 평생 팬심은 35번가와 쉴즈에 있는 우리 구장에 더 가깝다"며 "야구보다 더 중요한 일들도 많지만, 이번엔 화이트삭스 팬이 바티칸에 입성하게 되어 기쁘다. 이미 유니폼과 모자를 로마로 보냈고, 교황님이 언제든 야구장에 와주신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트삭스는 컵스를 견제하듯 자신들의 구장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스코어보드에 "헤이 시카고, 그는 삭스 팬이야!"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야구팀 논쟁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레오 14세가 NCAA 빌라노바 대학 와일드캣츠 농구팀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ESPN에 따르면, 교황은 1977년 빌라노바 대학교를 졸업한 동문으로, 현재 뉴욕 닉스에서 활약 중인 빌라노바 출신 제일런 브런슨과 조쉬 하트가 진행하는 '룸메이츠 쇼' 팟캐스트는 "동문인 교황을 곧 쇼에 초대하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종교의 최고 권위자와 프로스포츠 팬심이 뉴스의 중심에 선 이번 사례는 미국 사회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특별한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 논쟁의 최종 답변은 교황 본인만이 알고 있다"며 "언젠가 교황이 응원하는 야구팀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