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이정용 전역에 고우석까지 돌아온다면, 2023 통합우승 시즌을 능가하는 철벽불펜도 꿈이 아니다. LG 트윈스 우완 이정용이 6월 18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가운데, 마침 이날 고우석이 마이너리그 팀에서 방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의 전력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 투수 이정용은 18일자로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해 팀에 합류했다. 이미 전날인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서 팬들에게 전역 인사를 전한 이정용이다. 일단 최근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1군 합류는 미지수지만, 군입대 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던 젊은 우완투수의 합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시간으로 오전에는 고우석 방출 소식까지 전해졌다. 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팀 잭슨빌이 고우석을 방출했다는 소식이다. 고우석은 이제 메이저리그 모든 팀과 계약을 협상하거나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신분이 됐다. 만약 한국으로 온다면 규정상 원소속팀인 LG로 돌아와야 한다.

이정용과 고우석은 LG 통합 우승 시즌인 2023년 불펜의 핵심 멤버였다. 2023년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강력한 타선도 한몫했지만 상대의 추격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불펜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그해 LG 불펜은 평균자책 3.43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불펜 뎁스가 어찌나 두터운지, 선발이 1회만 던지고 내려가도 나머지 투수들이 1이닝씩 나눠 던져 9회까지 막아내는 투수 운영으로 종종 승리를 거둘 만큼 좋은 투수가 차고 넘쳤다.
당시 이정용은 염경엽 감독의 마운드 운영에서 키 플레이어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7경기에 등판해 7승 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4.15를 기록했다. 무려 86.2이닝을 소화하면서 선발과 불펜의 빈 곳을 효과적으로 메웠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소화하는 이정용이 있어 염 감독의 투수 운영은 한결 수월했다.
여기에 마무리 고우석이 있었다. 고우석은 다른 시즌에 비해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44경기에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 3.68을 기록하면서 마무리 역할을 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8.31로 투구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1승 1패 1세이브를 기록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 외에도 좌완 함덕주가 57경기에서 평균자책 1.62로 활약했고, 베테랑 김진성은 80경기라는 엄청난 등판 수를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 2.18을 유지했다. 백승현이 42경기에서 평균자책 1.58, 우완 신인 유영찬이 67경기 평균자책 1.57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최동환과 이우찬도 추격조에서 궂은 일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이정용의 상무 입대, 함덕주의 부상이 겹치면서 불펜 뎁스가 헐거워졌다. 염 감독은 유영찬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지만 불펜 평균자책이 5.21로 6위까지 떨어졌고, 팀 성적도 3위에 그치면서 2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그리고 올 시즌, LG는 불펜 평균자책 3.74(4위)로 지난해보다는 한결 나은 성적을 내는 중이다. 김진성이 39경기에서 평균자책 3.19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신인 김영우가 3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8로 기대 이상 활약 중이다. FA로 영입한 장현식은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20경기 평균자책 2.25로 나쁘지 않다. 여기에 이지강, 이우찬, 박명근, 백승현 등이 등판하며 불펜 뎁스를 이룬다.
재활 중인 함덕주도 6월 12일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 등판하며 복귀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이정용까지 복귀했다. 이정용은 올해 퓨처스리그 상무에서 11경기(선발 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 3.60을 기록했다. LG는 이정용의 허리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필승조와 대체 선발을 오가며 2023년처럼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만약 고우석까지 복귀한다면 LG 불펜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고우석은 비록 방출당했지만 최근 트리플A에서 보여준 투구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속도 151km/h로 정상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무대에선 불운과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그래도 2020년 38세이브, 2022년 32세이브를 올렸던 특급 마무리다. KBO리그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만약 이정용과 고우석이 모두 가세한다면 LG는 현재의 장현식-김진성-김영우에 함덕주-이정용-고우석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불펜을 구축할 수 있다. 시즌 중반 FA 선수를 두 명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즌 개막 이후 줄곧 선두를 지키다 최근 한화 이글스에 1위를 내준 LG로서는 천군만마다.
선택은 고우석 본인의 몫이다. 만약 친정으로 복귀해 대역전 우승을 이끈다면 미국 도전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고,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까지 잠재울 수 있다. 희미해진 이상과 뚜렷한 현실 사이에서 고우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