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L 서부지구의 앙숙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즌 5차전에서 빈볼 시비가 벌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심판진에 강력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6월 1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빈볼 공방은 3회부터 시작됐다. 샌디에이고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다저스 구원투수 루 트리비노의 95마일(약 153km/h) 싱커에 등을 맞았다. 타티스는 별다른 반응 없이 1루로 향했다.
다음은 샌디에이고 차례. 바로 다음 공격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랜디 바스케스의 싱커에 연달아 위협을 받았다. 첫 번째 94마일 싱커는 정강이를 향했고 오타니가 피했지만, 두 번째 94마일 싱커는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정통으로 맞혔다. 오타니는 다리를 절뚝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심판진은 모여서 협의한 뒤 양팀 벤치에 경고했다. 이에 로버츠 감독이 벤치에서 뛰쳐나왔다. 로버츠 감독은 양팔을 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항의했고, 마빈 허드슨 주심의 경고 제스처에 항의는 더욱 격해졌다.
수 분간 계속된 항의 끝에 로버츠 감독은 3루 심판 트립 깁슨에 의해 퇴장 조치됐다. 이는 로버츠 감독 커리어 13번째 퇴장이다. 더그아웃 통로로 향하는 로버츠 감독을 향해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고, 심판진에게는 큰 야유가 쏟아졌다.


양 팀의 갈등은 작년 가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버츠 감독은 매니 마차도가 자신의 근처로 공을 던진 것을 두고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타티스와 당시 파드리스 소속이었던 주릭슨 프로파의 도발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악연이 이번 시리즈에서 다시 불거졌다. 17일 경기 4회말, 다저스 외야수 앤디 파헤스가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딜런 시즈의 98마일 직구에 팔꿈치 보호대를 맞은 게 발단이었다. 파헤스는 경기 후 "내가 사인을 전달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시즈 정도 컨트롤이면 코너 슬라이더도 정확히 던지는데 스트라이크존 안쪽 속구를 실수할 리 없다"며 고의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즈는 "파헤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난 타자 몸쪽으로 던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마차도는 "만약 누군가를 맞히려 했다면 저쪽에는 더 대단한 슈퍼스타들이 있다"며 "그냥 경기의 일부"라고 일축했다. 스타도 아닌 파헤스가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투다.
통계 사이트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시즈는 전날 46개의 속구를 던졌는데, 파헤스를 맞힌 97.7마일짜리 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이나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향했다. 로버츠 감독은 애초 "고의로 맞히진 않았다고 본다"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결국 하루 뒤 더 큰 빈볼 논란으로 이어졌다.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속에, 파헤스는 전날의 울분을 이날 경기에서 제대로 풀어냈다. 2회와 4회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정규시즌 첫 멀티홈런 경기를 기록했고, 4안타 3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두 번째 홈런으로 3대 3 동점을 만든 뒤에는 배트를 1루 쪽으로 절반쯤 가져가다 떨어뜨리고 베이스를 돌았다.
이날 경기는 LA 다저스가 8대 6으로 승리했다. 다저스는 3대 3으로 맞선 6회말 공격에서 윌 스미스의 2점 홈런과 파헤스의 적시타, 토미 에드먼의 2타점 2루타로 대거 5득점해 승기를 잡았다. 김혜성은 또 결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