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
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

 

[스포츠춘추]

최근 연고지 이전을 언급한 NC 다이노스가 창원특례시와 21개 요구사항을 놓고 실무협의를 시작한 가운데,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이 잇따라 NC 구단에 접촉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정치권 한 인사는 18일 스포츠춘추에 "최근 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NC 다이노스 구단과 실무자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해당 지자체 쪽에서 먼저 NC 구단에 면담을 요청하고 제안서도 전달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NC가 창원시에 요구한 조건을 자신들이 전부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해당 지자체가 NC의 21가지 요구사항 중 야구장 사고 보상과 관련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20가지를 전부 해주겠다고 제안한 점이다. 이 지자체의 제안은 오히려 NC가 창원시에 요구한 것보다도 더 구단 쪽에 유리한 조건으로 채워졌다. 해당 지자체는 최근 언론에서 거론되는 성남시가 아닌 다른 지자체로, 상당한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갖춘 지역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영남권 도시의 구애, 창원시 위기감 고조

NC파크 기공식 당시 사진(사진=NC)
NC파크 기공식 당시 사진(사진=NC)

창원시 지역 정치권 인사도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이 지역 인사는 "NC가 창원시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도 미팅을 진행 중이란 소문은 사실로 보인다"면서 "수도권 지자체 한 곳, 영남권 도시 한 곳과 실무 미팅이 진행됐고 두 곳 다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원시로서는 상당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창원시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 인사는 "최근 창원시에서 NC 상생협력단 TF를 만들고, 전에는 NC 야구단에 적대적이었던 시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앞장서기 시작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구애는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의 흥행 돌풍이 배경이다. 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야구단 창단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 야구인 단체 관계자는 "올해 KBO리그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야구단 창단을 원하는 지자체가 상당히 많다"며 "KBO에 창단을 문의한 지자체만 5~6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KBO는 신생 구단 창단이나 리그 확장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의 관계자는 "KBO는 현재의 리그 선수층과 환경에서 팀 수를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에 기존 구단 가운데 한 두 곳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KBO 내부 사정에 밝은 야구인도 "KBO리그 제2구장을 보유한 지방 지자체 중에 상당히 구단 유치에 적극적인 곳이 있다"며 "해당 지자체는 이미 기존 경기장 확장 공사와 부대시설 공사를 준비 중이고 KBO, 프로구단과 만나 프로팀 유치에 필요한 사항과 개선할 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NC의 21개 요구사항, 결코 ‘무리한 요구’ 아니다

‘106만 창원시민과 함께 100만 관중 달성을 염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NC)
‘106만 창원시민과 함께 100만 관중 달성을 염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NC)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다. 3루 쪽 매점 벽에 설치된 구조물 '루버'가 추락해 현장 팬의 머리에 맞는 사고로 20대 여성이 숨지고 2명이 추가로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창원NC파크가 문을 닫으면서 NC는 한 달 넘게 '유랑 생활'을 해야 했다. 

이미 창단 이후 계속된 창원시의 약속 위반으로 신뢰가 깨진 가운데, 사고 이후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이 보인 무책임한 태도에 NC는 창원시와 미래를 함께해도 좋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 결국 창원NC파크로 돌아온 첫날, 연고지 이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NC 이진만 대표는 5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지역에서 노력하는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 있었던 사고를 통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고지 이전 문제는 구단과 팬들을 위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하겠다"며 "창원시 답변만 기다릴 수 없으니 (연고지 이동) 검토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C 구단이 창원시에 요구한 21가지 사항은 야구장 시설 개선을 비롯해 전광판 추가 제작, 주차장 증설, 대중교통 노선 확대, KTX 증편 등이 주된 내용이다. 시설 관련 요구사항으로는 2천석 규모 외야 관중석 증설, 팀 스토어 2층 확장, 전광판 추가 제작, 정식구장 1개면, 연습구장 2개면, 실내연습장, 선수단 숙소 마련 등이 포함됐다.

 또한 마산야구센터 내 추가 철골주차장 700면 설치, 마산야구센터 인근 신규 주차시설 신설 등 접근성 개선방안도 담겼다. 경기당 700장씩 연간 10억 원 규모의 입장권 구매와 13억 원 상당의 광고 매입, 야구장 사고 후 구장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36억 원대 손실 보상도 요구했다.

이런 NC의 요구에 대해 창원시는 공개적으로는 '검토하겠다'면서도 뒤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NC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지역 언론을 통해 ‘시가 당장 해결하기 힘든 사항을 NC가 요구한다', '현금성 지원 요구는 프로스포츠팀에 대한 지자체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연고지 이전을 빌미로 지자체를 겁박한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도 감지된다.

반면 NC 구단측은 "요구안 대부분은 구단 창단 당시 창원시가 약속했던 것들"이라며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것을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현금성 지원 요구 논란에 관해선 “창원시가 구단 유치 당시 '모든 행정적 지원을 다해서 타 지역과 뒤처지지 않는 지원 및 특히 구장 사용료에 대해 구단이 독자 운영이 가능할 수준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을 검토할 당시, 경쟁 지자체 중에는 더 좋은 입지조건과 환경을 갖춘 곳도 있었다. ‘구장사용료 무료’와 같은 파격적 조건이 아니었다면 인구수나 접근성 면에서 열세인 창원을 연고지로 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단 창단 이후 창원시는 약속을 뒤집고 말을 바꿨다. ‘사용료 무료’는 새 야구장이 아닌 기존 마산야구장에 대힌 것이었다면서 NC에 신구장 건설비 100억원과 구장사용료 230억원 등 총 330억원을 요구했다. 

NC는 이미 25년치 구장사용료 330억원을 선납한 상태다. 무료로 해주겠다던 구 마산야구장 사용료도 작년까지 매년 8500만원씩 납부했다. 이렇게 거액의 사용료를 납부했지만 정작 창원시가 약속했던 ‘행정적 지원’은 미흡했고, 관중 동원에 필요한 접근성 개선이나 교통편 증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NC의 현금성 지원 요구는 사용료 330억원을 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한 혜택에 대한 보상 요구라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지자체 가운데 이런 NC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겠다고 한 곳이 나온 만큼, NC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창원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창원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Time is Running Out

NC는 울산에서 임시 홈경기를 치르면서 연고지 이전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사진=NC)
NC는 울산에서 임시 홈경기를 치르면서 연고지 이전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사진=NC)

야구단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창원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지역 정계 인사는 “만약 야구단 연고지 이전이 실제로 벌어졌다간 지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시청과 시의회 선출직들은 다음 선거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창원시는 9일 'NC 상생협력단'을 구성했고 11일부터 창원NC파크에서 실무 협의도 시작했다. 시의회와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창원시의회는 지난 5일 'NC 다이노스 야구 문화 활성화를 위한 교통 및 시설 인프라 확충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시의원들은 언론 인터뷰와 시정 발언 등을 통해 창원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등 정당들도 창원시와 구단의 상생 협력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섰다.

NC 구단은 타 지자체와의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으면서도 "창원시와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단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가 객관적인 기준에서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는 게 구단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늦어도 6월말까지는 실체가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구애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창원시 사이에서 NC의 선택지는 다양해지고 있다. 연고지 이전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블러핑이 아니라 실제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연고지 이전을 막으려면 진정성 있는 협상 태도, 그리고 성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목소리에 창원시가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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