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마이애미 말린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방출된 고우석의 KBO리그 LG 트윈스 복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일단 우선순위는 미국 무대 잔류와 메이저리그 재도전일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6월 21일(한국시간) 현재도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며 개인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 경기 도중 구단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방출 통보를 받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컨디션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MLB 구단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야구계 관계자는 "고우석이 여러 가능성을 펼쳐놓고 저울질하며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 잔류 가능성이 제로이고 한국 복귀가 100%라고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고우석의 방출은 미국 야구계에서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저연봉 구단인 마이애미가 올해 연봉 250만 달러(약 35억원)로 팀 내 불펜 1위, 선수단 전체 4위의 고액 연봉자를 메이저리그 무대에 한 번도 올리지 않고 방출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2024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같은 해 5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후 곧바로 지명양도(DFA) 조치를 받으며 마이너리그 신세가 됐다.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손 검지 부상을 당해 개막을 놓쳤고, 재활을 마친 후 루키리그부터 차례로 승격하며 트리플A까지 올라왔다.
고우석은 최근 트리플A 승격 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 1.59의 안정된 투구를 보이며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구속도 꾸준히 151~153km/h를 유지했고 불안했던 제구도 한결 안정을 찾으면서 뎁스가 얇은 마이애미 불펜 한 자리를 금세 꿰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뜬금없는 방출이었다.
앞의 관계자는 "250만 달러를 어차피 줘야 하는 선수인데 써보지도 않고 방출했다"며 "좀 더 지켜본 뒤 기회를 줄 수도 있고, 다가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카드로 쓸 수도 있는데 그냥 250만 달러를 날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구단 관계자들과 얘기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MLB 사정에 밝은 야구인도 "마이애미 구단은 구단 운영 수준이 떨어지기로 악명이 높다. 참 마이애미다운 결정"이라며 "비즈니스적으로나 타이밍으로 봐서나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혹평했다. 마이애미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진행한 선수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가기 싫은 구단' 3위에 선정된 바 있다.
고우석이 미국 잔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여전히 그를 주목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한 MLB 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최근엔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분명 고우석에 관심 있는 팀들이 있었다"며 "미국 포스팅 당시 고우석에 관심을 보였던 여러 팀 중에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몇몇 구단은 포스팅 당시 내부 스카우트 가운데 다수가 고우석을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심을 갖고 스카우팅했던 구단 입장에서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거의 '공짜'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런 구단들이 고우석의 최근 행보를 유심히 지켜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MLB 스카우트의 분석이다.
만성적인 투수 부족에 시달리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현실도 고우석에게는 기회다. 올 시즌 유독 주축 투수들의 부상이 잦고, 수술로 시즌 아웃되는 선수가 많이 나오면서 모든 팀이 쓸 만한 투수에 목마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최근 트리플A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고우석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여론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실패로 규정하며 LG 복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친정팀 LG에 와서 후반기 도약에 힘을 보태고 우승까지 이끈다면 빅리그 도전 실패를 비난하는 여론이 자연스레 희석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LG 내부에도 고우석이 돌아와서 팀의 순위 경쟁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기류가 흐른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차피 올해 연봉이 전액 보장된 상황에서 남은 시즌 미국 도전을 이어가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우선 미국 무대에서 원하는 팀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지막까지 도전해본 뒤 그 이후 국내 복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러 불운과 부상이 겹치면서 아직 빅리그 마운드를 한 번도 못 밟아봤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고우석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빅리그 구단의 연락이 없는데 마냥 미국에 머물며 혼자 훈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일정 시간 기다려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결정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아직은 미국 잔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단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최종 선택은 고우석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