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 김원중(사진=롯데)
롯데 마무리 김원중(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마무리 김원중이 오랜만에 9회 '롯데시네마'를 개장했다. 1이닝 동안 무려 37구를 던지고 4사구 4개를 허용하며 살떨리는 여름 납량특집극을 펼쳤다.

롯데 자이언츠는 6월 2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NC 다이노스를 7대 6, 한 점차로 꺾었다. 롯데는 3대 5로 뒤진 5회 빅터 레이예스의 솔로홈런과 대타 나승엽의 3점 홈런으로 7대 5 역전에 성공했다. 불펜진의 릴레이 호투로 2점 리드를 유지한 가운데 9회말 김원중이 등판했다.

올 시즌 특급 마무리로 거듭난 김원중은 이날 전까지 시즌 20세이브에 평균자책 1.56으로 리그 마무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해왔다. 이날도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가볍게 2아웃을 만들었고, 손쉽게 경기를 마무리할 것처럼 보였다.

9번 타자 최정원을 상대로도 초구와 2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경기 종료까지 공 하나만 남겨뒀다. 그러나 3구째 포크볼 유인구에 최정원의 체크스윙이 볼로 판정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4구 볼, 5구 파울, 6구 볼을 던진 후 7구째가 최정원의 몸에 맞으면서 출루를 허용했다.

비슷한 패턴이 김주원 타석에서도 반복됐다.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4구 연속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주자 1, 2루. 이어 권희동과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또 볼넷을 허용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2사 만루가 됐다. 풀카운트에서 6, 7, 8구를 연속 파울로 걷어낸 권희동의 끈기가 승리를 거뒀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다녀간 뒤에도 김원중은 계속 흔들렸다. 박건우를 상대로 1, 2구가 연속 볼이 됐다. 3, 4구 스트라이크로 2-2를 만들었지만 5, 6구가 다시 볼이 되면서 밀어내기 볼넷이 나왔다. 7대 5였던 경기는 어느새 7대 6 한 점차가 됐다.

이제 안타 하나면 끝내기 역전되는 상황. 볼넷이나 폭투만 나와도 동점이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타석에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마지막에 김원중이 웃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김원중은 2구째 몸쪽 높은 패스트볼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데이비슨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우익수 쪽 평범한 뜬공이 됐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마음 졸이며 보던 롯데 팬들은 환호했고, 기대감에 찼던 NC 팬들은 탄식했다.

김원중은 9회 1이닝 동안 무려 37구를 던지며 3볼넷 1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진땀 나는 승부 끝에 시즌 21세이브째를 거두면서, 이날 구원 실패한 박영현(KT)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과정은 숨막히고 공포스러웠지만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다.

김태형 감독(사진=롯데)
김태형 감독(사진=롯데)

한편 선두 한화는 대구에서 삼성을 3대 1로 꺾고 단독 선두를 지켰다. 44승 1무 30패를 기록한 한화는 2위 LG와 1경기차를 유지했다. 문동주가 5.2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고, 6회 루이스 리베라토의 역전 적시타가 승부를 갈랐다. 삼성 새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는 데뷔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잠실에서는 SSG가 두산을 4대 1로 제압했다. 6회 조형우와 최지훈의 연속 적시타로 승기를 잡은 SSG는 노장 노경은이 8회 등판해 41세 3개월 15일로 KBO 최고령 100홀드를 달성했다. SSG는 37승 3무 35패로 6위에 올랐다.

고척에서는 KIA와 키움이 4시간 28분 혈투 끝에 5대 5 무승부를 기록했다. KIA가 연장 11회초 5대 4로 앞서가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11회말 동점을 허용했다. 끝내기 패배를 당할 위기에서 무승부로 끝난 게 KIA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었다. 두 팀은 고척 3연전을 1승 1무 1패로 마쳤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