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보니야 데이!(사진=MLB.com)
바비 보니야 데이!(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매년 7월 1일이 되면 미국 야구팬들은 특별한 '기념일'을 맞는다. 바로 '바비 보니야 데이'다. 24년 전 은퇴한 전직 선수에게 뉴욕 메츠가 거액을 지급하는 날로, 한 구단의 바보같은 실책이 매년 전국적 놀림감이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7월 1일(한국시간) ESPN에 따르면 올해 62세 노인 바비 보니야는 이날 메츠로부터 119만3248달러 20센트(약 16억2800만원)를 받았다. 이는 2011년부터 2035년까지 25년간 매년 반복되는 의례다. 보니야가 메츠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건 무려 6481일 전인 1999년이다.

현재 메츠 로스터에서 뛰는 12명의 선수가 이 은퇴 노인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 피트 크로우 암스트롱(77만1000달러), 제임스 우드(76만4600달러), 폴 스킨스(87만5000달러) 등 MLB의 새로운 슈퍼스타들도 보니야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 이들은 내일 당장 마운드나 타석에 설 수 있지만, 노인 보니야는 글러브를 들 힘도 없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황당한 계약은 1990년대 말 메츠 경영진의 판단 착오에서 탄생했다. 1999년 시즌 보니야는 60경기에서 타율 0.160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도중 라커룸에서 리키 헨더슨과 카드놀이를 하다 발각되는 등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까지 보였다.

결국 메츠는 보니야를 방출하기로 결정했지만, 여기서 실수를 범했다. 남은 계약금 590만 달러를 한 번에 지급하는 대신 25년 분할 지급을 택한 것이다. 당시 메츠 구단주였던 프레드 윌폰은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버나드 메이도프가 약속한 연 12-15% 수익률을 맹신하고 있었다. 보니야에게 8% 이자를 주더라도 메이도프 펀드에서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오판이었다. 메이도프의 투자는 나중에 180억 달러 규모 폰지사기로 드러났고,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연방교도소에서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메이도프는 세상을 떠났고 윌폰은 메츠 구단에서 손을 뗐지만, 메츠는 여전히 보니야에게 매년 거액을 지급하고 있다.

메츠 시절의 바비 보니야(사진=MLB.com)
메츠 시절의 바비 보니야(사진=MLB.com)

사실 이연지급은 메츠와 보니야만의 특수한 계약 방식이 아니다. ESPN에 따르면 이는 MLB 전체에 퍼진 관행이다. 맥스 셔저는 워싱턴에서 2028년까지 매년 1500만 달러를 받고, 매니 라미레스는 보스턴에서 2026년까지 매년 200만 달러를 받는다. 크리스 데이비스는 볼티모어에서 2037년까지 총 5900만 달러를, 브렛 세이버헤이건은 메츠에서 2029년까지 매년 25만 달러를 받고 있다.

이연지급이 항상 구단에게 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LA 다저스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계약이 정반대 사례를 보여준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 계약 중 6억8000만 달러를 2034-2043년에 나눠 받기로 했다. 계약 기간 중에는 연 200만 달러만 받아 팀의 샐러리캡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ESPN은 "보니야의 계약이 팀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반면, 오타니는 슈퍼스타 선수가 팀 경쟁력을 위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다저스는 이런 방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구축할 수 있었다. 2028년부터 2046년까지 7명의 선수에게 총 10억 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하지만, 현재의 성공을 위해 미래에 투자한 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바비 보니야 데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바비 보니야 데이.

보니야의 계약은 아직 10년이 더 남았다. 2035년 마지막 지급 때 보니야는 72세가 된다. 현재 메츠는 윌폰 시절과 달리 구단주 스티브 코헨의 과감한 투자와 현명한 경영으로 강팀으로 변신했다. 코헨은 2020년 팀을 인수한 후 "매년 7월 1일 시티필드에서 보니야에게 큰 수표를 전달하는 행사를 해보자"고 농담 섞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바비 보니야 데이는 MLB 팬들에게 사랑받는 비공식 연례행사가 됐다"며 "메츠가 오래전의 실책으로 20년 넘게 놀림받고 있지만, 이연지급 자체는 현대 야구에서 중요한 계약 구조"라고 평가했다. 아마도 메츠 구단과 팬들은 매년 보니야 데이를 기념하며, 다시는 바보 구단 시절로 돌아가지 말자는 굳은 다짐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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