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추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0억원대 아마존 다큐멘터리 제안을 거절했다. 처참한 팀 상황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도 가지만, 루벤 아모림 감독의 분노조절 안 되는 모습과 팀 내부 갈등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는 '꿀잼각' 기회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7월 8일(한국시간) 맨유가 아마존 프라임과 진행 중이던 '올 오어 낫싱' 다큐멘터리 시리즈 촬영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아모림 감독이 팀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축구팬 입장에선 아쉬운 일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5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둔 팀의 내부 모습이 공개됐다면 엄청난 화제를 모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모림은 브라이턴전 홈 패배 후 분노해 분석용 모니터를 부수기도 했고, 팀 동료들 앞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에게 "다른 팀에 가서 커리어를 이어가라"고 말하는 등 소위 '숏츠각'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맨유는 가르나초 외에 마커스 래시포드 등 여러 선수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촬영용 카메라가 있었다면 더 큰 혼란이 빚어졌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생생한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는 최고의 볼거리가 됐을 것이다.

아마존이 제시한 금액은 1000만 파운드(약 187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을 다룬 기존 시리즈보다도 큰 규모였다. 맨유 경영진들도 처음에는 적극적이었다. 7억 파운드(약 1310억원)가 넘는 부채와 유럽 대회 출전권 박탈로 인한 수입 감소를 고려하면 반가운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공동 구단주 짐 래트클리프는 지난 3월 최대 450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이런 조치를 안 했으면 크리스마스 전에 현금이 바닥나 망할 뻔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스폰서십 수입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의 거액 제안은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아모림은 단호했다. 그는 "현재 팀 상황에서 이런 프로젝트는 적절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며 "최근 몇 년간 많은 문제를 겪어온 우리 팀 환경엔 반갑지 않은 방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맨유 이사회도 아모림의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계획 포기를 결정했다.

아모림의 결정은 결국 일종의 도박이다. 성적에 올인하는 선택을 한 만큼, 다음 시즌 반드시 성적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다큐멘터리 촬영 거부로 얻은 집중력이 실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성적을 위해 거액의 수입원을 포기했는데 정작 성적이 계속 하위권에 머문다면 성적은 성적대로 망치고 재정난은 재정난대로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아마존의 '올 오어 낫싱' 시리즈는 아스널의 4위 탈락 드라마나 토트넘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맨유의 몰락과 내부 갈등은 이보다 훨씬 자극적인 막장극 소재였을 텐데, 당사자들의 거부로 결국은 볼 수 없게 됐다.
맨유는 앞서 디즈니와도 알렉스 퍼거슨 시절의 영광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논의했지만, 퍼거슨의 앰버서더 계약 종료와 함께 이 계획도 무산됐다. 과거의 영광도, 현재의 현실도 모두 카메라에 담지 못한 채 오로지 축구만 하겠다는 맨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