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메릴 켈리(사진=MLB.com)
트레이드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메릴 켈리(사진=MLB.com)

 

[스포츠춘추]

KBO리그 역수출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한 메이저리거 메릴 켈리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시장에서 여러 팀의 관심을 받는 카드로 떠올랐다. FA를 코앞에 둔 베테랑이 37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며 트레이드 시장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채드 제닝스-팀 브리튼 기자의 7월 18일(한국시간) 버전 트레이드 마켓 분석에서 켈리는 "안정적인 중간 선발진" 카테고리에 포함됐다. 잭 리틀, 잭 에플린, 잭 갤런 등 온갖 '잭'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켈리 역시 "로테이션을 보강하고 가을야구에 가려는 팀들"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켈리의 올 시즌은 놀라운 반등이다. 전반기 20경기 등판해 8승 5패 평균자책 3.34를 기록했다. 116이닝을 소화하며 여전한 내구성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올시즌 수직 낙차가 큰 체인지업을 최대한 활용한 게 주효했다. 37세에도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지난 14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5이닝 1피안타 6탈삼진 호투로 팀의 3연패를 끊어냈다. 애리조나 선발진을 통틀어 3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켈리뿐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가치다.

1선발의 부재도 켈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애리조나가 6년 2억 10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에이스 코빈 번스가 지난달 팔꿈치 수술대에 올랐다. 갑작스레 켈리가 로테이션의 기둥이 됐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48승 32패 평균자책 3.86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면서 좀처럼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던 선수가 한국에서 크게 성장한 케이스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주목했고, 2018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애리조나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 후 6시즌 동안 53승 44패 평균자책 3.82로 빅리그 선발로 완전히 안착했다.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미국 대표팀 결승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같은 해 애리조나를 월드시리즈까지 이끌었고 팀의 유일한 승리를 따냈다. KBO리그 출신 중 가장 화려한 성공담이다.

SK 시절 메릴 켈리의 투구 모습(사진=SK)
SK 시절 메릴 켈리의 투구 모습(사진=SK)

켈리를 노리는 팀들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스포팅 뉴스에 따르면 보스턴 레드삭스가 "에이스 개럿 크로셰와 원투펀치를 이룰 수준급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 켈리가 그 답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더 흥미로운 건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챈들러 롬 기자는 "프램버 발데스와 헌터 브라운 뒤의 세 번째 선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켈리가 휴스턴 출신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구단주 짐 크레인이 사치세를 감수하고라도 화제성 있는 이름을 원한다면 켈리가 제격"이라는 평가다. 6년 전 잭 그레인키를 데려와 벌랜더, 콜과 함께 무시무시한 로테이션을 만들었던 애스트로스다. 비슷한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문제는 애리조나가 켈리를 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한 일이다. 번스가 장기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켈리는 애리조나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선발이다. 이 때문에 디 애슬레틱은 "투수진에 부상자가 너무 많다"며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켈리 입장에서는 다르다. FA를 앞두고 몸값을 올릴 마지막 기회다. 트레이드를 통해 플레이오프 확률이 높은 팀으로 간다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다. 2023년 월드시리즈 경험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켈리가 보스턴에 가면 크로셰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를 만들 수 있다. 휴스턴에 간다면 고향에서 마지막 도전을 펼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켈리에게는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과연 애리조나가 그 선택을 허락할까.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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