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마커스 래시포드에겐 모든 것이 막막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소외됐고, 아스톤 빌라 임대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바르셀로나라는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7월 21일(한국시간) 오전 스포츠 매체 ESPN과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래시포드는 20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1년 임대에 합의한 직후다. 래시포드는 이번 주 초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바르셀로나가 아시아 투어를 떠나기 전 공식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바르셀로나는 목요일 일본과 한국을 돌며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한시 플리크 감독은 래시포드가 8월 시즌 개막 전까지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갖고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일요일 일찌감치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임대엔 내년 여름 영구 이적을 위한 옵션이 포함됐다. ESPN에 따르면 매입 옵션 가격은 약 3000만 유로(4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가 이번 여름 좌측 윙어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래시포드는 적절한 카드였다.

데코 스포팅 디렉터가 지난 5월 ESPN에 밝힌 바와 같이 바르셀로나는 니코 윌리엄스와 루이스 디아스에게도 접근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결국 아틀레틱 빌바오와 재계약했고, 리버풀은 디아스에 대한 바르셀로나의 접근을 일축했다. 래시포드는 지난 1월부터 이적 가능성이 제기됐고, 소식통들은 그의 바르셀로나행 의지를 강조해왔다. 윌리엄스나 디아스와 달리 임대로 영입할 수 있다는 점도 바르셀로나에겐 매력적이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래시포드는 이적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연봉 삭감도 감수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측은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제 27세 잉글랜드 국가대표는 맨유에서의 힘든 시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루벤 아모림 감독이 자신을 다음 시즌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후 지난 2주간 주전 선수단에서 떨어져 별도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래시포드가 맨유에서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지난 12월 유로파리그 비크토리아 플젠전이었다. 아모림 감독은 12월 15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처음 래시포드를 제외시킨 후 주전 고려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6개월간의 빌라 임대도 아쉬움을 남겼다. 사전 합의된 4000만 파운드(760억원)에 영구 이적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래시포드가 1월부터 줄곧 바르셀로나 이적 가능성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제 래시포드는 라민 야말, 하피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페란 토레스, 다니 올모 등이 포진한 바르셀로나 공격진에 합류하게 됐다. 한때 맨유와 잉글랜드의 간판이었던 선수가 캄프 누에서 제2의 전성기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말 좌측 윙 포지션에서 충분한 옵션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래시포드는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며 뛸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갖췄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바르셀로나로서는 당장 거액을 투자하지 않고도 필요한 선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맨유 데뷔 이후 426경기에서 138골을 기록한 아카데미 출신에게 스페인은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다. 주급 32만5000파운드(6억원)를 받던 래시포드가 연봉을 대폭 삭감하면서까지 선택한 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한번 빛날 수 있을까. 캄프 누라는 새로운 무대가 답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