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정상을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 얘기가 아니다. 축구와 관련된 범죄로 체포된 팬 수가 1위다. 영국 내무부가 18일(한국시간) 발표한 2024-25시즌 통계에 따르면, 맨유팬 121명이 축구 관련 범죄로 체포됐다. 영국 전체 클럽 중 압도적 1위다.
리그 순위표에서는 클럽의 역사와 명성에 비해 한참 아래쪽에 있으면서, 있어서는 안 될 곳에서는 새롭게 1위로 등극했다.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25시즌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축구 관련 체포자는 총 1932명이었다. 전년 대비 11% 감소한 수치다. 235명이 줄었다고 하니, 이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영국 전역의 감소세와 달리 맨유 팬덤의 폭력성은 반비례하는 모양새다.
맨유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가 94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맨체스터 더비는 그라운드 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3위는 웨스트햄(77명)이었다. 웨스트햄은 지난 3년 연속 1위였는데, 올해는 두 계단 내려앉았다.
가장 큰 변화는 아스톤 빌라에서 나타났다. 지난 시즌 26명에서 올해 71명으로 무려 173% 급증했다. 전체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4위 첼시(76명)와 고작 5명 차이다. 빌라의 성적 상승과 함께 팬들의 '열정'도 과도해진 것일까.

체포 유형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건 공공질서 위반(32%)이었다. 폭력 사건이 22%, A급 마약 소지가 19%를 차지했다. 특히 마약 관련 체포 비율이 2022-23시즌 9%에서 19%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축구장이 점점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웨스트햄은 비록 체포자 수에선 3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두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축구 경기장 출입금지 명령을 받고 있는 팬이 112명으로 가장 많고, 올 시즌 새로 금지 명령을 받은 팬도 39명으로 최다다. 첼시(31명), 맨유(28명)가 그 뒤를 따랐다.
축구 경기장 출입금지 명령은 3년에서 10년까지 지속된다. 구금형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5년간 적용된다. 법원에서만 발부할 수 있는 민사상 예방 조치다.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체에서 2439명이 이런 제재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건 금지 명령 대상자들의 인구학적 특성이다. 99.4%가 남성(2425명)이고, 18-34세가 64%(1573명)를 차지한다. 축구장이 여성과 다양한 연령층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려면 해결할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이애나 존슨 영국 치안 담당 장관은 "오늘 발표된 통계는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폭력과 무질서가 축구를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체 체포자 수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개별 클럽 차원에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맨유가 처음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랐고, 아스톤 빌라는 급증세를 보였다. 전체적인 감소 추세 속에서도 특정 클럽들의 증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맨유는 이제 운동장 위에서의 과제와 함께 팬 문화 관리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121명이라는 숫자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문제의 신호탄인지는 향후 통계가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건, 축구장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