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폭탄 5인방 제거 작전, 실패로 돌아가나(사진=스카이 스포츠 방송 화면)
맨유의 폭탄 5인방 제거 작전, 실패로 돌아가나(사진=스카이 스포츠 방송 화면)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눈엣가시' 선수들을 내보내기 위해 펼쳐온 작전이 결국 타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마커스 래시포드의 바르셀로나 임대가 성사되면서 남은 4명의 거취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캐링턴 훈련장에선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안토니, 티렐 말라시아, 제이든 산초가 오후 5시 이후에만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루벤 아모림 감독과 주전 선수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야 나올 수 있다는 노골적인 압박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22일(한국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맨유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타협이 필요하다"며 "클럽들이 2000만~3000만 파운드 정도는 지불할 의향이 있지만, 그 이상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맨유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배경은 명확했다. 아모림 감독은 지난 시즌 50년 만의 최악 성적(15위)을 기록한 팀을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와 전술을 심어야 했다. 어차피 떠날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팀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제이슨 윌콕스 축구이사, 아모림 감독 누구도 이들을 훈련에 포함시키는 것이 맨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 역시 "왜 떠날 선수들이 훈련에 참여하느냐", "왜 쟤들한테 전술을 보여주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격리 조치가 선수들을 더 쉽게 팔 수 있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대 클럽들 입장에선 맨유가 이들을 내보내려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서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결과로 돌아왔다.

각 선수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말라시아는 래시포드와 절친한 사이지만 인지도와 연봉이 높지 않아 비교적 이적이 수월할 수 있다. 특히 왼발잡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르나초의 경우 당초 헐값에 영입했던 만큼 매각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안토니는 영입 당시 천문학적 이적료가 부담이지만, 지난 시즌 하반기 레알 베티스 임대에서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산초는 아직 25세로 젊고, 한때 유럽 최고 윙어 중 하나로 꼽혔던 실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래시포드 임대에 합의했다(사진=마커스 래시포드 SNS)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래시포드 임대에 합의했다(사진=마커스 래시포드 SNS)

래시포드의 바르셀로나 임대는 이런 막힌 상황에서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 비록 완전 매각은 아니지만, 축구계 최고 수준인 그의 연봉을 바르셀로나가 1년간 떠안기로 하면서 모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적시장 마감까지 6주가 남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맨유와 선수들이 원하는 영입처가 다른 팀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관심 있는 클럽들은 '여유롭게 6주가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9월 1일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가는 것이다. 터키 이적시장이 영국보다 12일 늦게 닫히면서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긴 하지만, 현재 50명이 넘는 프리미어리그 무소속 선수들이 자신만의 옵션을 찾고 있어 모두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한 스포츠 디렉터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타협은 단순히 금액을 줄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다"며 "분할 지급이나 장기간에 걸친 지급, 보너스 조건 타협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 모두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 시즌 15위에 그친 맨유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고, 선수들 역시 딱히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선수들로서는 경기에 나서고 싶다면 연봉을 깎더라도 새 팀의 핵심 선수가 되는 쪽이 더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맨유에서 받은 거액의 계약을 포기할 이유도 없고, 실제로 그 계약이 현재 이들이 가진 유일한 협상 카드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가능성 높은 결말은 타협이다. 래시포드가 그랬듯 남은 4명도 어떤 형태로든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이래도 안 나가?' 압박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선수들도 무작정 버티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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