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성남시의 야구장 건립 추진과 함께 야구단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NC 다이노스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구단은 "성남시가 좋은 제안을 한다면 진지하게 고려할 계획"이라며 성남을 연고지 이전의 한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25일 NC 관계자는 한 매체가 보도한 성남시의 2만석 규모 야구전용구장 건립 추진 소식과 관련해 "야구의 인기가 정점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시 또한 야구단 유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엔씨소프트)와 성남시의 오랜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성남시가 좋은 제안을 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진지하게 고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연고지 이전을 공개 선언한 이후 NC가 특정 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첫 반응이다.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표현은 단순히 의례적인 워딩이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구단이 창원시 외에 검토할 만한 대안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NC의 연고지 이전 검토는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관중 사망사고가 결정적 계기였다. 루버 추락으로 20대 여성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지만 창원시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안전점검 지연으로 NC는 62일간 홈구장 없이 유랑 생활을 해야 했다.
창단 당시 '구장사용료 면제' 약속을 뒤집고 330억원을 징수한 데다 10년간 KTX 막차 연장이나 교통 접근성 개선 약속도 지키지 않아 이미 창원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었던 NC다. 지난 5월 홈구장 복귀와 함께 연고지 이전을 공식 선언하며 창원시에 21개 요구사항을 제시한 NC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창원시의 태도를 지켜보는 중이다.
그동안 NC는 여러 지자체와 연고지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구체적인 지역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6월 한 수도권 지자체가 NC의 21개 요구사항을 전부 들어줄 수 있다며 파격 조건을 제시한 사실도 알려졌지만, 당시 구단 측은 해당 지자체가 성남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성남시의 야구장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NC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성남시는 지난 3월 KBO와 프로야구장 조성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8년 프로야구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성남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2027년 말까지 2만석 규모의 야구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야구장 건립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NC에게 성남시는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 본사가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성남시 리틀야구장 건립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양측 관계를 보여준다. 구단과 모기업이 한 지역에 있으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다. 성남시는 인구 90만명의 수도권 중심 도시로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접근하기 용이해 NC가 창원에서 겪는 KTX 막차 시간 문제나 교통 접근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주요 IT 기업들이 집중돼 있고 대기업 본사들도 잇따라 입주하면서 기업 간 협력이나 스폰서십 확보에도 유리한 환경이다.
야구계에서는 성남시의 움직임이 NC의 협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본다. NC의 연고지 이전 선언을 단순한 협상 전술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실제 야구단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이 나타나고 구체적인 대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점점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창원시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성남시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이 적극적 구애에 나서면서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됐다. NC가 당초 6월 말로 설정했던 답변 기한을 연장해 줬지만, 야구 규약에 따르면 연고지 변경을 원하는 구단은 전년도 10월 31일까지 총재 승인을 받으면 된다. NC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이 충분하다.
내년 지방선거 변수도 있다. 시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향해 가는 프로야구단 유치를 내세워 표심 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남시의 야구단 유치 추진 동력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단 연고지 이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공상의 영역에서 점점 현실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