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와 창원시의 연고지 갈등을 다룰 때면 으레 야구장 접근성과 관중 동원 문제가 화두에 오른다. 그에 비해 창원 연고지가 가져오는 또 다른 핸디캡은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분위기다. 바로 NC가 선수 영입과 코치 영입 등 기본적인 선수단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창원은 프로야구단을 보유한 다른 특별시·광역시에 비해 인구수가 적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특례시다. 물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과 최고의 팬을 보유한 곳이지만, 접근성 탓에 창원 지역 내에서의 관중 유치는 물론 타지에 사는 원정 관중을 유치하는 데도 불리한 조건이다. NC는 처음 연고지를 유치할 때부터 이 부분을 우려했고, 창원시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믿고 연고지로 결정했다.
그러나 창단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NC는 관중 동원에서 불리한 손해를 계속 감수해야 했다. 구단의 관중 동원과 흥행, 수익 창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으면서 생존의 위협을 겪었고 결국 연고지 이전 고민까지 이르게 됐다. NC가 창원시에 전달한 21개 요구조건도 주로 교통편과 접근성 개선, 수익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관중몰이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창원 연고지의 핸디캡을 조금이라도 덜어달라는 호소에 가깝다.
이런 호소에 대해 시 일각에선 'NC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지만 봐도 '시가 당장 해결하기 힘든 사항을 NC가 요구한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연고지 이전을 빌미로 지자체를 겁박한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감지된다.
NC를 진상 취급하는 이 사람들이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창원을 연고로 삼았다는 이유로 NC가 겪는 손해가 단순히 관중이 적게 오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중은 물론 선수나 코치들도 순전히 연고지 때문에 NC에 오기를 기피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부 FA 영입의 어려움이다. "서울팀에 비해 지방팀이 선수 영입에 불리하다"는 것은 야구계의 정설이다. 그나마 대구나 부산 등 대도시는 나은 편이지만, 광역시가 아닌 창원이 연고인 NC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서울과 지방팀의 경쟁이 붙을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서울 쪽을 선호한다. 지방팀은 대략 5억원에서 10억원 정도는 더 제시해야 서울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지방팀 단장은 "아예 선수와 협상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선수가 처음부터 지방 이적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교육환경, 생활환경을 고려해 더욱 서울 쪽을 선호한다"고 털어놨다.
같은 지방 내에서도 NC의 처지는 더욱 절망적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부산이나 광주 등 대도시는 그래도 선수들의 선호도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창원은 다르다. 다른 지방팀보다도 선수 영입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팀 프런트 출신 야구인도 "NC는 다른 팀보다도 더 큰 금액을 제시해야 경쟁이 가능하다"면서 "한화의 경우 팀 성적이 기피 요인이었다면, NC는 위치 하나 때문에 선수들이 기피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택진 구단주가 직접 나서서 FA 최대어 양의지에게 유니폼을 입힌 승리의 경험이 딱 한번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경우 시장에 나온 FA는 NC에게 그림의 떡에 그칠 뿐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한 에이전트는 "같은 외국인 선수를 놓고 경쟁이 붙으면 거의 수도권이나 서울 쪽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최근엔 외국인 선수들도 KBO리그 경험이 있는 동료들을 통해 한국 사정을 꿰뚫고 있다. 같은 값이라면 환경 좋고 교통편 좋은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뛰길 원한다는 설명이다.
앞의 에이전트는 "과거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이 없을 때는 지방팀이 10만달러라도 더 주는 방식으로 경쟁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NC가 매년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하고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는 순전히 임선남 단장과 박찬훈 팀장 등 최고 전문가들의 개인기에 의존한 결과다.

더 난이도가 높은 건 코치 영입이다. 요즘 야구계에서는 '좋은 코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성실하고 잘 가르치는 코치, 중간에 예능 프로그램 찍으러 도망가지 않을 코치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런 코치를 원하는 팀은 많다. 여기서도 서울 팀, 대도시 팀이 우선권을 갖는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수도권에 연고가 있는 코치를 모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특히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자녀를 둔 코치는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NC 육성파트 관계자는 “지금껏 코치 영입 과정에서 하도 딱지를 많이 맞아서 일일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꼭 모시고 싶은 코치였는데 '창원까지는 못 가겠다'고 하는 분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너무 멀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앞의 야구단 관계자는 "지방구단이 좋은 코치를 영입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서 "돈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것도 권장되는 방식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코치들과의 형평성과 코치진 페이롤 예산 제한이 있어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NC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 스카우트와 자체 육성에 그 어느 팀보다도 많은 공을 들인다. NC는 첨단 장비와 새로운 훈련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수 육성에 꾸준한 성과를 내는 팀이다. 2군 야구장 시설이 낙후돼 전광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환경에서 NC만큼 꾸준히 유망주를 배출하고 1군 전력을 공급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지도자도 자체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소속 선수 가운데 코치 자질이 있는 선수를 눈여겨봤다가 은퇴할 때쯤 되면 지도자 준비를 제안한다. 전력분석원 등 인턴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동국대 코치 출신 최건용 코치 영입 등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잘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키워놓은 코치를 수도권 팀에 뺏기는 경우가 생겨서 허탈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코치 육성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NC는 창단 이후 10년 넘게 이런 핸디캡을 일상적으로 겪으면서도 창원시라는 연고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NC의 한 관계자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지 않겠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야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현상이고, 야구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NC 구단 입장에서 창원 연고지가 득보다는 실로 작용한 점이 많았던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름다운 야구장과 열정적인 팬들이 있지만, 접근성 문제로 인한 손해는 관중 동원부터 전력 구성까지 구단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처음부터 다른 연고지를 택했다면, 혹은 창원시가 창단 당시 약속을 지켰다면 NC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궤도를 그렸을 것이다. NC의 21개 요구조건을 '과도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15년간 불리한 조건을 감내해온 구단의 절박함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그제야 이번 갈등의 진짜 본질이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