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수술대에 오를 뻔했다.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지만, 다행히 수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만약 척골측부인대(UCL)가 손상됐다면 토미 존 수술로 8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날 뻔 했다.
7월 27일(현지시간)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 후 저지의 몸 상태에 관해 "좋은 소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MRI 촬영 결과 저지의 진단명은 '굴근 손상'으로 확정됐다. 분 감독은 "우리 모두 최악의 상황을 염려했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저지는 10일간 부상자명단에 올라 치료받지만, 이번 시즌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구단은 전했다.
문제의 발단은 사흘 전 토론토 원정경기였다. 7회 저지가 알레한드로 커크의 우익수 쪽 플라이볼을 잡은 뒤 내야로 송구하던 순간이었다. 2루에서 3루로 뛰던 보 비솃을 견제하려고 내야로 공을 던진 저지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YES 네트워크 카메라가 저지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오른손을 주먹 쥔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저지는 그보다 앞선 6회 홈플레이트 송구에서 이미 통증을 느꼈다고 나중에 밝혔다. 그래도 경기는 끝까지 뛰었다. 다음날인 24일 경기에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분 감독은 당시 "저지에게 문제없다"며 "원래 계획대로 지명타자를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26일 필라델피아와의 시리즈 개막전에서 상황이 악화됐다. 저지는 우익수로 나섰지만 외야에서 제대로 송구하지 못했다. "어젯밤엔 정말 힘들어했다"고 분 감독은 전했다. "외야에서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12대 5로 패한 경기에서 저지는 3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 타점 1개를 기록했다.
현재 저지는 타율 0.342로 메이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0.449), 장타율(0.711), OPS(1.160) 모두 리그 선두다. 홈런은 37개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이런 최고의 선수가 시즌 아웃될 뻔한 상황이었던 만큼, 양키스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저지가 복귀하더라도 당분간은 지명타자로만 뛸 예정이다. 송구 프로그램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비 복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굴근 손상을 방치했다면 UCL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토미 존 수술은 대부분 8개월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양키스는 저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명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외야 복귀를 검토 중이다. 스탠튼은 2023년 이후 수비 포지션에 서지 않았고, 주루 시에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분 감독은 "스탠튼이 외야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즌 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은 마이너리그에서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나 에버슨 페레이라 같은 외야수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최고 유망주 스펜서 존스(24)는 트리플A에서 맹활약 중이지만 콜업 가능성은 낮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구단은 그를 벤치에 앉혀두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지는 27일 오전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를 맞았다.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치료가 잘 되어야 한다"고 분 감독은 강조했다. 양키스는 이미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틀 전엔 콜로라도에서 3루수 라이언 맥마혼을 영입했고, 투수 보강도 계속 추진 중이다.
5월 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7경기 차 선두를 달렸던 양키스는 현재 1위 토론토에 시즌 최대인 5.5경기 뒤져 있다. 저지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양키스에겐 위안이 될 만하다. 팬들 역시 같은 심정일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