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베냐민 셰슈코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RB 라이프치히의 195cm 장신 스트라이커를 영입하며 루벤 아모림 감독이 구상한 공격진 대개편을 완료했다. 이번 여름 마테우스 쿠냐, 브라이언 음뵈모에 이어 세 번째 공격수를 확보하며 총 2억 파운드(약 3570억원)가 넘는 대형 투자를 단행했다.
7일(한국시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맨유는 라이프치히와 기본료 7650만 유로(약 1219억원)에 성과연동 보너스 850만 유로(약 135억원)를 더한 조건으로 합의를 마쳤다. 22세 슬로베니아 국가대표는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맨체스터로 향할 예정이다. 양 클럽은 향후 라이프치히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친선경기도 갖기로 했다.
셰슈코 영입 과정에서 뉴캐슬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뉴캐슬은 화요일 8250만 유로와 250만 유로 보너스로 라이프치히의 승낙을 받아냈다. 하지만 셰슈코 본인의 마음은 이미 올드 트래퍼드를 향해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는 뉴캐슬의 매력적인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대규모 투자에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작 44골만 넣어 33년 리그 역사상 최저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54실점도 적지 않은 숫자지만, 득점력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아모림 감독이 공격진을 통째로 갈아엎으려는 이유다.
셰슈코는 그야말로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마무리 능력, 끈질긴 투지까지 갖춘 그는 센터백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스트라이커다. 일각에서는 엘링 홀란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아직 홀란드 수준은 아니지만, 그만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셰슈코는 모든 대회 통틀어 21골을 터뜨렸다. 2023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건너온 뒤 라이프치히에서 87경기 39골 8도움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왼발, 오른발, 헤딩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공격수다. 롱슛 한 방부터 박스 안 침착한 마무리까지, 골 레퍼토리가 제법 다양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격 3총사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포지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음뵈모는 오른쪽 측면을 선호하고, 쿠냐는 왼쪽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셰슈코는 중앙에서 활동한다. 서로 겹치지 않아 자연스러운 배치가 가능하다.
특히 쿠냐와 음뵈모는 스타일이 닮아있다. 둘 다 볼 캐리와 전진 패스로 팀을 끌어올리는 데 뛰어나다. 쿠냐는 울브스에서 3-4-2-1 시스템의 왼쪽 10번을 소화했는데, 이는 아모림이 맨유에서 굳히려는 전술과 딱 들어맞는다.
문제는 이들과 셰슈코의 연결고리다. 22세 셰슈코는 라이프치히에서 보여준 두 시즌이 상반된 모습이라 진짜 스타일을 읽기 어렵다. 첫 시즌엔 전형적인 박스 스트라이커였지만, 지난 시즌엔 팀 사정상 더 깊숙이 내려와 빌드업을 도왔다. 다행히 아모림의 전술적 요구와는 잘 맞아떨어진다. 채널로 뛰어들어 수비를 벌려놓고 두 10번이 공격할 공간을 만드는 역할 말이다.
셰슈코가 기존 맨유 스트라이커들과 차별화되는 건 공중볼 지배력이다. 라스무스 호일룬이 191cm임에도 공중볼 경합률 25%로 유럽 최하위권인 것과 대조적이다. 195cm 장신인 셰슈코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아직 홀란드 같은 박스 스트라이커를 지원할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9번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셰슈코는 그럴 의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홀란드처럼 기회를 찾아 마무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라이프치히가 부침을 겪었음에도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게 그 증거다.
새로 영입한 세 공격수 모두 지난 시즌 10골 이상을 넣었다. 이들이 새 팀에서 케미스트리와 자신감을 쌓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골 감각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이번 영입으로 맨유의 여름 이적료는 보장된 금액만 1억9390만 파운드에 달한다. 성과연동 보너스를 합하면 1340만 파운드가 추가될 수 있다. 에이전트 피와 프리미어리그 이적료 4% 세금까지 감안하면 2억 파운드를 훌쩍 넘는다.
짐 래트클리프 체제 출범 이후에도 맨유의 대형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2022-23시즌 2억4740만 파운드, 2023-24시즌 2억2070만 파운드, 2024-25시즌에는 클럽 역사상 최대인 3억4350만 파운드를 썼다.
물론 위험 요소도 있다. 셰슈코는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위한 신체적 조건은 갖췄지만, 올드 트래퍼드의 중압감을 견딜 정신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맨유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모림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려면 골 넣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했고, 셰슈코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