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의 운명이 두 베테랑의 어깨에 걸렸다. 7일 KT 위즈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1위 자리를 LG 트윈스에 내준 한화는 8일부터 잠실에서 벌어지는 맞대결에서 재역전을 노린다. 그 선봉에 38세 류현진과 37세 손아섭이 서 있다.
한화와 LG는 올 시즌 내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여왔다. 시즌 초반 LG가 개막 7연승으로 독주하며 한화를 8경기 차까지 따돌렸지만, 한화가 연승 행진으로 5월 7일 첫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양 팀은 번갈아 가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고, 후반기에는 한화가 시즌 두 번째 10연승을 달성하며 7월 22일 LG를 5.5경기 차까지 따돌렸다.
하지만 LG의 뒷심은 무서웠다.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14경기에서 13승 1패의 폭풍질주를 펼쳤다. 13승 중 6승이 역전승, 7승은 7회 이후 결승점으로 이긴 짜릿한 승리였다. 6일 한화 승리-LG 패배로 잠시 순위가 바뀌었지만 7일에 다시 LG 승-한화 패로 하루만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재 LG는 63승 2무 41패(승률 0.606)로 1위, 한화는 60승 3무 40패(승률 0.600)로 2위다. 여전히 1경기 차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LG는 분위기가 상승세고 한화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기대승률 기반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구하는 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은 LG 60.8%, 한화 36.8%가 됐다.
한화로선 영 좋지 않은 타이밍에 LG와 만났다.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하며 흐름이 꺾였고, 든든했던 불펜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급 마무리 김서현이 2경기 연속 실점하며 무너졌고, 결국 이 여파로 7일 경기에서는 4대 2로 앞선 9회에 김서현 대신 다른 투수들이 올라왔다가 역전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선발진 매치업도 불리하다. LG는 베스트 카드인 임찬규-요니 치리노스-손주영으로 나선다. 임시 선발 최채흥을 6일 두산전에 투입하면서 주말 시리즈에 최상의 카드를 낼 수 있게 됐다. 반면 한화는 8일 류현진, 10일 문동주는 확정이지만 9일 선발이 물음표인 상황이다. 황준서는 2군에 내려갔고, 불펜으로 밀려난 78억 FA 엄상백은 예전의 그 구위가 아니다. 오프너 기용이나 2군 선발투수 콜업으로 LG 타선을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위기에서 한화가 믿을 구석은 베테랑의 힘이다. 먼저 8일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류현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류현진은 '엘나쌩(LG만 나오면 쌩큐)'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2006년 프로 데뷔 후 LG 상대로 유독 강했다. 통산 286.1이닝 동안 평균자책 2.29에 24승 9패를 기록했고, 잠실구장 성적도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 2.03으로 뛰어났다.
올 시즌에도 LG 상대로 2경기에 등판, 13이닝 동안 9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2실점으로 1승 무패 평균자책 1.38을 기록하고 있다. 9일 선발이 불확실한 한화로선 8일 류현진의 피칭이 시리즈 전체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만약 류현진이 나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면, 시리즈 전망이 상당히 암울해진다.
타선에서는 KBO 통산 최다안타 1위(2583개)에 빛나는 손아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화가 트레이드 마감 직전 3억원과 3라운드 지명권을 주고 NC에서 영입한 베테랑 타자는 7일 경기에서 1군 엔트리에 합류해 후반 대타로 출전했다. 한화는 통산 타율 0.320, 출루율 0.392의 손아섭을 리드오프로 기용해 타선 전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한다.
올시즌 한화와 LG의 맞대결은 4승 1무 5패로 팽팽하다. 한화가 선두 자리를 되찾으려면 이번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확보해야 한다. 반면 루징시리즈를 당하면 2경기 차로 벌어지고, 만에 하나 스윕당하면 4경기 차까지 벌어져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 4경기차 3위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추격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첫 경기 선봉에 나서는 38세 류현진과 37세 손아섭 베테랑 듀오의 어깨가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