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국가대표 우완 선발투수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에서 원태인이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원태인의 역투와 선발 전원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화력으로 8대 4 승리를 거두며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는 국가대표 우완 선발투수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삼성 선발로는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표팀 선발로 활약한 원태인이, KT 역시 2023 WBC 대표팀에서 활약한 소형준이 각각 선발로 등판했다.
두 투수 다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 원태인은 6월 17일 6승 이후 50일 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해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했다. 2023년 토미존 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소형준 역시 관리 차원에서의 이닝 제한으로 이날이 선발로는 올시즌 마지막 등판이라 남다른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
에이스 대결답게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삼성이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1사 후 김영웅의 솔로 홈런으로 1대 0 리드를 잡았다. 그러자 KT도 8월 들어 방망이에 불이 붙은 강백호가 2회말 바로 동점 솔로포를 날려 1대 1을 만들었다.
3회까지 1대 1의 균형은 4회초 삼성 공격에서 깨졌다. 삼성은 4회초 공격에서 대거 4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선두 르윈 디아즈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강민호의 유격수 땅볼 때 KT 권동진의 송구가 크게 벗어나면서 무사 1, 3루 찬스가 됐다.
여기서 김영웅이 투수 소형준의 허벅지를 강타하는 라인드라이브 내야안타를 때려 2대 1 리드를 잡았다. 이어 신인 함수호가 중전안타로 커리어 첫 타점을 기록했고 1사 후 양도근의 적시타, 김성윤의 적시 2루타로 5대 1까지 격차를 벌렸다.
6회 1점을 추가한 삼성은 6대 1로 더 멀리 달아났다. 여기서 KT가 반격을 시작했다. KT는 6회말 권동진이 2021년 데뷔 1호 홈런 이후 1513일 만에 터뜨린 2점 홈런으로 추격했다. 8회말에도 권동진이 또 적시 2루타로 원태인을 괴롭히며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6대 4로 점수차가 좁혀진 상황. 여기서 베테랑 강민호가 힘을 냈다. 강민호는 9회초 공격에서 KT 투수 이상동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날렸다. 시즌 10호 홈런으로 역대 3번째 1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며 8대 4로 스코어를 벌려 쐐기를 박았다. 2연승을 거둔 7위 삼성은 6위 KT와 승차를 1경기 차로 좁혔다.

7.1이닝을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막은 원태인은 6월 17일 이후 무려 52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후반기 첫 승리와 함께 시즌 7승(3패)째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승리를 맛봤다. 반면 선발 고별전을 치른 소형준은 6이닝을 버텼지만 10피안타 6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타선에서는 김영웅이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성윤과 함수호, 양도근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강민호도 홈런포를 터뜨리며 활약했다. 삼성은 15안타 8득점으로 선발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며 에이스의 승리를 지원했다.
경기 후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선발 원태인이 긴 이닝을 책임진 덕분에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았던 경기였다”면서 "원태인이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는데 오랜만의 선발승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에이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어 박 감독은 “타선에서는 함수호가 잘 해줬다. 2안타로 확실히 활력소가 됐다. 전반적으로 하위타선이 힘을 내준 덕분에 이겼다”고 타자들을 칭찬한 뒤 “8회 위기에서 배찬승이 연속타자 탈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장면이 무척 컸다. 강민호가 9회에 2점 홈런으로 쐐기 점수를 내주면서 내일 경기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