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대전]
롯데 자이언츠의 기관총 타선이 8월 들어 집단 침묵에 빠졌다.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 2로 완패한 롯데는 8월 들어 네 번째 무득점 경기에 그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큰 것 한 방보다는 연속안타로 정신없이 상대를 두들기는 기관총 타선 특유의 화력이 사라진 가운데 2위 한화와의 격차는 5.5경기로 더 크게 벌어졌다.
이날 상대는 개막 14연승을 달리며 평균자책 1.69를 기록 중인 괴물 투수 코디 폰세였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지난 경기에서 많은 득점이 나오진 않았지만 선수들의 감이 괜찮았는데, 다시 강한 투수와 만나게 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잘 쳐서 이겨야지 방법이 있겠나"라고 덧붙이며 타자들의 분발 외에는 다른 해법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회초 1사 후 한태양이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고승민의 안타가 이어져 1사 1, 2루 득점권을 만들었다. 안타 하나면 선취점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빅터 레이예스의 약한 라인드라이브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고, 이미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의 귀루가 늦어지며 더블아웃으로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이후 롯데 공격은 완전히 멈춰 섰다. 2회부터 4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5회 유강남의 3루간 코스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무려 12타자가 연속으로 범타를 기록했다. 그 사이 선발 알렉 감보아가 1회 1점, 3회 1점을 허용하면서 0대 2로 끌려가는 경기 흐름이 만들어졌다.
6회초 전민재의 중전안타로 이날 처음 선두타자가 출루했고 도루로 득점권까지 만들었지만, 후속 1-2-3번 타자가 차례로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폰세에게 역대 최소 23경기 200탈삼진 신기록까지 헌납했다. 7회에도 윤동희의 볼넷 이후 후속타가 불발되면서 폰세 상대로 한 점도 내지 못했다.

폰세가 물러간 8회부터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한승혁을 상대로 손호영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한태양의 좌전안타와 고승민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상황을 연출했다. 한 방만 나오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최근 부진한 한화 마무리 김서현 상대로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1볼에서 타격한 레이예스의 타구가 높이 떠올랐고, 중견수 루이스 리베라토가 전력질주로 잡아내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9회에도 윤동희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지만 문현빈과 노시환의 호수비에 막혀 끝내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이날 롯데는 4안타 4볼넷 1사구로 4안타 4볼넷의 한화보다 오히려 많은 주자가 출루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으면서 또다시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선발 감보아는 6이닝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펼쳤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 타선의 8월 침체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7월까지만 해도 롯데는 101경기 타율 0.279로 전체 1위, 출루율 0.354로 전체 2위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자랑했다. 롯데는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고 컨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며 상대를 괴롭히는 공격을 펼쳤다. 홈런은 53개로 가장 적은데도 득점 495점으로 전체 3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롯데 공격의 효율성이 잘 드러난다.
그런 기관총 타선이 8월 들어 총알이 동난 모습이다. 이날까지 롯데는 8월 9경기에서 팀 타율 0.197로 최하위다. 해당 기간 팀 홈런도 2개로 최소, 득점은 25점으로 최소 2위, OPS 0.532로 최하위 등 모든 공격 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핵심 타자들의 집단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태양 0.231, 전민재 0.250, 유강남 0.207, 김동혁 0.111, 손호영 0.147, 고승민 0.156, 윤동희 0.087 등 1군 주축 타자들이 단체로 부진한 월간 타율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 월간 타율 0.333으로 나쁘지 않았던 베테랑 전준우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최근 연패 과정에선 8월 7일 KIA전 7회부터 8일과 10일 SSG전까지 무려 20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극심한 득점 가뭄에 시달렸다. 8일 대체선발 최민준, 10일 5선발 김건우 등 에이스급과는 거리가 있는 투수들임에도 롯데 타자들은 쩔쩔맸다. 10일 경기 9회 노진혁의 홈런으로 간신히 연속 무득점 행진을 끊었지만 이날 다시 리그 최고의 투수 폰세 상대로 무득점에 그치면서 8월 9경기 가운데 벌써 4경기에서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로서는 예기치 않은 타선의 침체는 치명적인 악재다. 이날 패배로 2위 한화와 5.5경기차로 벌어진 가운데 4위 SSG가 2경기차까지 바짝 추격해오는 상황. 마운드보다는 타선으로 승부하는 팀인 롯데가 기관총 타선 특유의 컬러를 살리지 못한다면 팬들이 염원하는 가을야구가 위태롭다. 다시 탄창을 장전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