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단(사진=MLB.com)
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단(사진=MLB.com)

 

[스포츠춘추]

10개월간 이어진 매각 협상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팰리드 구단주 가문이 구단 매각을 철회하고 소수 지분만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40년간 이어져온 암흑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팰리드 가문은 14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트윈스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최선의 방향을 모색한 결과, 두 개의 중요한 제한적 파트너십 그룹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단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매각 철회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매각 절차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의 결정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미네소타 담당 애런 글리먼 기자는 "희망이 가장 아프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팰리드 가문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글리먼 기자는 "팰리드 가문이 한 번만이라도 옳은 일을 하고 트윈스를 매각할 것이라고 실제로 믿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10개월 동안 매각 과정이 질질 끌리는 동안에도, 팀이 연속으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며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팀을 해체하고 또 다른 연봉 감축을 단행하는 동안에도 구단주 교체의 꿈이 트윈스 팬들 앞에 매달려 있었다."

글리먼 기자는 "결국 3세대 40년간 팰리드 가문이 보여준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공허한 약속과 의심스러운 경영적 결정, 그리고 승리보다는 지출 절약만 생각하는 운영 방식 말이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매각이 무산된 핵심 원인은 팰리드 가문이 트윈스에 떠안긴 4억2500만 달러(약 5950억원)의 부채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의 부채비율로, 잠재적 구매자들이 흡수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1984년 4400만 달러(약 616억원)에 트윈스를 인수한 칼 팰리드의 상속자들은 이제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렵게 되자 프랜차이즈를 조각조각 쪼개서 매각하고 있다. 전체 매각 대신 소수 지분 매각을 통해 운영자본을 확보하고 부채를 상환하려는 속셈이다.

새로 들어올 소수 지분 투자자들이 훗날 구단을 완전히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크 로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글렌 테일러로부터 NBA 구단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수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팰리드 가문의 경영 부실은 최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트윈스는 데드라인 일주일 동안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거의 40%에 해당하는 10명을 트레이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스타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의 휴스턴 이적이었다.

트윈스는 2억 달러(약 2800억원) 계약을 맺은 코레아를 순수한 연봉 덤핑 목적으로 보냈다. 남은 계약금 1억250만 달러(약 1435억원) 중 3300만 달러(약 462억원)를 떠안으면서 받은 대가는 하이 싱글A급 26세 좌완투수 한 명뿐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은 코레아와 데렉 팰비 단장의 마지막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팰비 단장은 "우리 구단이 가는 방향은 당신이 계약할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며 리빌딩 모드 돌입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코레아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렇다면 나는 우승할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갈 자격이 있다."

암울한 미네소타 트윈스 야구단(사진=MLB.com)
암울한 미네소타 트윈스 야구단(사진=MLB.com)

글리먼 기자는 "트윈스 팬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팰리드 가문은 구단을 팔지도 않으면서 재정난 때문에 외부 자금까지 끌어들여야 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0개월 동안 마음에 드는 제안을 받지 못한 뒤에도 계속 구단을 소유하려는 동기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윈스의 연봉 총액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트레이드로 2500만 달러(약 350억원)의 연봉을 덜어낸 이번 시즌 연봉은 메이저리그 평균의 7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09년 메트로돔 마지막 시즌(74%) 이후 처음으로 리그 평균의 80%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2023년 1억6000만 달러(약 2240억원)였던 연봉은 내년 9000만 달러(약 1260억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보장 계약을 맺은 선수는 에이스 파블로 로페스(2175만 달러)와 스타 외야수 바이런 벅스턴(1500만 달러)가 전부다.

글리먼 기자는 팰리드 가문의 과거 행태도 꼬집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트윈스를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전시키려 했고, 2000년대 초에는 메이저리그의 구단 해체에 동의했던 가문"이라며 "이번에는 팀을 이전시키거나 해체하는 대신, 승리하는 로스터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거하고 부채를 갚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해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억만장자들과 운을 시험해볼 기회 대신, 트윈스 팬들은 지난 40년간 갇혀있던 같은 방에 머물러야 한다. 탈출구도 없이"라며 "그곳은 어두운 곳이고 무력한 기분을 안겨주는 곳"이라고 절망감을 표현했다.

미네소타 홈구장 타겟 필드는 올 시즌 역대 최저 관중 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40년간 이어진 팰리드 가문의 소유권 아래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우승 경쟁을 벌이지 못한 트윈스 팬들은 또다시 배신감과 실망감에 휩싸이게 됐다. 암울한 미래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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