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교체설'에서 벗어난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폭발적인 타격으로 팀의 순위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위즈덤은 최근 4경기에서 19타수 8안타 3홈런 9타점으로 최고의 타격감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시리즈에서 13일 경기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14일 경기에서는 5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 2득점의 가공할 활약으로 팀의 10대 4 대승을 이끌었다.
위즈덤이 맹타를 휘두른 KIA는 대구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며 최근 6연패 늪에 빠진 3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를 2경기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4위 SSG 랜더스와도 0.5경기차까지 좁혀 순위표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위즈덤은 올 시즌을 앞두고 KIA가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활약하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MLB 통산 455경기에서 88홈런을 터뜨린 홈런 파워를 자랑한다. KIA는 지난해까지 장수 외국인으로 활약한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재계약하는 대신 위즈덤의 장타력을 선택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4월까지 9개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 경쟁을 펼쳤고 기대했던 장타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러나 5월 들어 홈런 없이 타율 0.111로 부진에 빠졌고, 허리 부상으로 한 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6월에는 타율 0.280에 6홈런 13타점으로 살아나는 듯 했지만 7월 타율 0.232로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후반기 타율도 0.216으로 전반기(0.266)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찬스에서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는 장면이 거듭되자 일부 팬들 사이에선 외국인 타자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KIA 구단과 이범호 감독은 외부에서 나오는 외국인 타자 교체설에 선을 그었다. 교체 마감시한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를 교체해도 어느정도 활약할지 불확실하고, 리그 적응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위즈덤의 부진도 기술이나 기량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을 원인으로 파악했다. 이범호 감독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위즈덤으로 계속 간다고 시사한 바 있다.
'고용 안정'과 타이밍을 맞춰 위즈덤의 맹활약이 시작된다. 팀의 간판타자이자 지난 시즌 MVP 김도영이 세 번째 햄스트링 부상으로 말소된 상황에서 위즈덤의 장타력은 KIA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위즈덤은 1루수로 62경기, 3루수로도 47경기에 출전하며 김도영이 빠진 주전 3루수 자리를 효과적으로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1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도 최근 위즈덤의 활약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김도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즈덤이 없었다면 우리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위즈덤이 1루수와 3루수를 오가면서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경기에서 선수들이 잘 해주고, 위즈덤이 잘 쳐줌으로써 팀 분위기가 올라온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위즈덤의 부진 아닌 부진에 대해 이 감독은 “성격이 예민하다기보다는, 자기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커리어가 있다 보니 속상한 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분명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한국에 와서 유인구 공들에 속고 하다 보니 본인 스스로 ‘왜 이 공들에 안 맞지’ ‘이 공들에 왜 내가 따라가지’ 이런 부분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구단과 감독이 바꾼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흔들 만한 건 없었다. 다만 본인이 계속 찬스에서 안 맞다 보니 찬스에서 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투수들이 못 치게끔 돌로 던지는 걸 쳐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스윙했던 것들이 안타가 안 나오고 하다 보니 찬스에서 못 치니까 그런 거에 심리적으로 흔들린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위즈덤은 시즌 득점권 타율 0.216에 득점권 OPS 0.697로 찬스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장면이 많았다. 다만 최근 일주일간 경기에선 득점권 타율 0.300에 주자있을 때 0.375로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이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파울 타구가 줄고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증가하는 변화도 눈에 띈다. “위즈덤이 바깥쪽 공에 타이밍을 찾아가는 것 같다. 파울이 적게 나오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본인도 스트라이크존에 오는 공을 빨리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 감독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대구에서 잘 치고 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기도 좀 안정을 찾지 않았을까. 일단 공이 맞으면 장타가 나오는 선수인 만큼, (정확하게) 맞추는 데 좀 더 비중을 두면 남은 시즌도 좋은 시즌으로 잘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위즈덤은 이날도 5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KIA는 박찬호(유격수)-김호령(중견수)-김선빈(2루수)-최형우(지명타자)-위즈덤(1루수)-나성범(우익수)-오선우(좌익수)-김태군(포수)-박민(3루수) 순으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김도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