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루포를 작렬한 황재균(사진=KT)
7년 만에 만루포를 작렬한 황재균(사진=KT)

 

[스포츠춘추=잠실]

역전과 역전을 거듭하는 난타전 끝에 KT 위즈가 웃었다. 7연승으로 한창 분위기가 뜨거운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황재균의 역전 만루홈런으로 한 차례, 그리고 김민혁의 싹쓸이 2루타로 다시 한 차례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KT 위즈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5회 4득점, 8회 6득점 등 두 차례 빅이닝을 만든 타선의 폭발로 13대 8, 역전승을 거뒀다. 

KT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와 두산 최민석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한 경기. 중반까지는 치고 받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먼저 앞서간 건 KT였다. KT는 1회초 김민혁의 볼넷 이후 앤드류 스티븐슨과 안현민의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1사후에는 김상수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2대 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2회말 치명적인 수비 실수로 한꺼번에 5점을 내줬다. 박준순의 내야안타와 안재석-김민석의 안타로 한 점을 내줬고, 정수빈의 번트안타로 3루 주자가 들어와 2대 2 동점이 됐다. 이어진 만루에서 제이크 케이브의 중견수 뜬공 타구를 앤드류 스티븐슨이 조명 때문에 잃어버리면서 2루타가 됐고, 주자 3명이 전부 홈을 밟았다. 2대 5로 이날 경기 첫 역전이 나왔다.

KT 타선도 반격에 나섰다. 3회초 강백호의 2루타, 1사후 터진 장성우의 적시타로 바로 1점을 만회했다. 5회에는 만루 찬스에서 베테랑 황재균이 좌측 폴대에 맞고 떨어지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려 7대 5로 역전에 성공했다. 황재균의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홈런. 2018년 6월 1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6회말 2사 만루에서 김원중을 상대로 좌월 만루홈런을 날린 뒤 2621일 만에 만루포가 터졌다.

역전 만루홈런이 나오면 보통 그대로 분위기가 넘어오게 마련이지만, 7연승 중인 두산의 힘도 만만찮았다. KT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5회말 강승호의 선두타자 초구 솔로홈런으로 한 점차가 됐고, 케이브의 볼넷과 양의지의 행운의 내야안타, 안재석의 동점 적시타로 7대 7 동점이 됐다. 6회말에도 이유찬의 내야안타와 케이브의 적시타로 7대 8 재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흐름과 분위기로 봐선 다시 뒤집기 쉽지 않은 흐름. 그러나 KT는 이 흐름을 다시 한번 뒤집는 데 성공했다. 두산 승리조 박치국을 두들겨 8회초 한 이닝에만 6점을 쓸어담는 무서운 화력을 보여줬다.

선두 장성우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나가고 황재균의 안타, 오윤석의 몸에 맞는 볼로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리드오프 김민혁이 우중간을 두쪽으로 쪼개는 2루타를 날려 주자 3명을 전부 불러들였다. 10대 8로 재재역전. 

두산이 고효준으로 투수를 바꿨지만 KT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스티븐슨이 2회의 실수를 만회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2사후 강백호의 3루타와 김상수의 내야안타가 이어지면서 13대 8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리드를 잡은 KT는 8회말 이상동, 9회 우규민이 차례로 무실점으로 이어던져 두산의 추격을 막고 13대 8로 승리했다. 

KT는 선발 헤이수스가 5.2이닝 11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두번째 투수로 올라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손동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황재균이 만루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고, 김민혁은 결승 3타점 2루타 포함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KT는 장타 16안타로 13득점을 올리는 맹타로 두산의 기세를 잠재웠다.

반면 두산은 선발 최민석이 4.1이닝 5실점으로 일찍 물러났고, 만루포를 허용한 최원준도 0.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박신지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믿었던 박치국이 0.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게 뼈아팠다. 이유찬, 케이브, 양의지, 안재석이 멀티히트를 날리며 14안타로 8득점했지만 KT의 화력이 더 강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KT는 시즌 57승 4무 57패로 5할 승률을 회복했고, 창원 원정경기 패배로 11연패 늪에 빠진 4위 롯데(58승 5무 56패)와 승차를 1경기 차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날 롯데 상대로 NC가 이기면서, 승리하고도 단독 5위에서 공동 5위가 됐다. 

5할 승률을 회복한 KT(사진=KT)
5할 승률을 회복한 KT(사진=KT)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1회초 득점 후 보이지 않는 실책이 나오면서 역전을 허용했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며 “5회초 황재균의 만루 홈런으로 역전할 수 있었다. 재역전 당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8회초 기회에서 김민혁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감독은 “선발 헤이수스가 수비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며 “구원 등판한 손동현이 흐름을 잘 끊어주면서 끝까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무더운 날씨에도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7년 만의 만루홈런을 쳐낸 황재균은 취재진과 만나 “만루 타석에 오자마자 무조건 세게 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외야 쪽으로 좋은 타구가 가다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멀리 치려고 스윙을 돌렸는데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상황을 복기했다.

황재균은 “너무 오랜만에 만루홈런을 쳤다. 예전에는 자주 나왔는데 요즘에는 잘 안 나온다”고 헛웃음을 지은 뒤 “보통 역전 만루홈런을 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데, 투수가 (다음 이닝에) 바로 초구부터 홈런을 맞더라. 그리고 바로 동점을 줬다. 그래도 김민혁이 좋은 안타를 치면서 분위기가 한번에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경기가 안 될 때는 계속 안 풀리는 상황이 된다. 2회에 스티븐슨이 플라이를 놓쳤을 때는 오늘도 힘들겠다 생각도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다같이 좋은 경기를 해줘서 연패를 끝낼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동료들과 조금 더 집중하면서 경기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오늘도 쉽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좋은 경기로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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