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데르 이사크가 궁지에 빠졌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알렉산데르 이사크가 궁지에 빠졌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스포츠춘추]

알렉산데르 이사크가 스스로 무덤을 팠다. 리버풀 이적을 위해 SNS를 통해 구단을 공개 저격한 지 일주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약속이 깨졌고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뉴캐슬과의 결별을 선언한 행동에 팬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사우디 대주주는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굳혔으며, 동료들조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 전 카라바오컵 우승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 뉴캐슬에서 이사크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의 분노는 단순한 야유를 넘어섰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한 서포터즈 그룹의 멤버는 "슬프고, 화나고, 실망스럽다"며 "카라바오컵 결승 후 평생 전설이 될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걸 스스로 망쳐버렸다"고 토로했다. 다른 팬은 "당황스럽다"며 "어떻게 우승 퍼레이드에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사크를 향한 감정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으로 치달았다. 또 다른 서포터즈는 "만약 이게 순전히 이사크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전혀 동정할 마음이 없다"며 "정말 무례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 수천 파운드를 들여 이사크를 위한 대형 현수막을 제작했던 사람들이다. 스웨덴 국기 색깔로 그의 이름을 새기고,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문구와 함께 그의 사진을 넣었다. 지금 그 현수막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게 이들의 심정이다.

25일 밤 열리는 리버풀전을 앞두고 워 플래그스는 골치 아픈 고민에 빠졌다. 이사크를 뱀으로 그리거나 돈가방 옆에 세우는 현수막을 만들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 세계가 보는 중계화면에서 자기네 선수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이다. 한 팬은 "아마 우리가 했던 현수막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의견이 너무 갈려서 제대로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클럽 대주주인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입장도 더욱 강경해졌다. 이사크의 성명서가 나온 뒤 3시간 반 만에 반박 성명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PIF는 보통 이런 성명을 신속하게 내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이사크의 행동을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여기에 굴복한다면 앤서니 고든, 산드로 토날리 같은 다른 스타들에게 잘못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PIF로서는 체면을 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에디 하우 감독의 입장도 복잡하지만 명확하다. 그는 이사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도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뛸 권리를 얻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22일 기자회견에서는 "100퍼센트 뉴캐슬 유니폼을 입은 그를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선택은 그가 해야 한다"며 공을 이사크에게 넘겼다. 하우로서는 다른 선수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사크의 행동이 용인된다면 누구든 비슷한 짓을 할 수 있다.

동료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브루누 기마랑이스가 이사크의 성명서 직후 아무 설명 없이 뉴캐슬 유니폼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 우연일까? 댄 번과 고든이 애스턴 빌라전 후 "팀 정신"과 "단결"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사크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뉴캐슬이 리버풀의 이사크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뉴캐슬이 리버풀의 이사크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법적으로도 이사크가 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도 없고, 이적 요청서를 내봤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오히려 SNS 성명서 자체가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한 스포츠 법률 전문가는 "그냥 떠날 수는 없다. 계약하에 있으니까"라며 "현실적으로 뉴캐슬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캐슬이 제시한 매각 조건은 여전히 명확하다. 챔피언스리그 수준의 스트라이커 2명을 영입하고, 리버풀이 1억 5000만 파운드에 가까운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창구마감까지 10여 일 남은 상황에서 이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리버풀도 이를 알고 있기에 1억 1000만 파운드 제안 이후 후속 입찰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사크는 스스로를 완전히 고립시켰다. 구단도, 팬도, 동료도, 심지어 법적으로도 그의 편이 아니다. 6개월 전 카라바오컵 우승의 영웅이 지금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골칫거리가 됐다. 그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자존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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