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잭 휠러(사진=MLB.com 중계화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잭 휠러(사진=MLB.com 중계화면)

 

[스포츠춘추]

"2년 후 은퇴"를 공언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잭 휠러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다. 35세 노장 우완투수는 시즌을 마감하고 최소 6개월에서 8개월간 재활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고 연봉 투수이자 팀의 우승 희망을 짊어진 휠러의 이탈은 필리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다.

필리스 구단은 24일(한국시간) 휠러가 정맥성 흉곽출구증후군 진단을 받고 시즌 잔여 경기를 모두 결장한다고 발표했다. 휠러는 이미 이번 주 투구 어깨 부위의 혈전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추가로 늑골 제거를 통한 흉곽출구 감압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망스럽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롭 톰슨 감독은 24일(한국시간) 기자들에게 말했다. "휠러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그가 겪은 부상이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휠러의 부상은 단순한 선수 하나의 이탈을 넘어선다. 2020년 필라델피아 합류 이후 휠러는 메이저리그 최고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5시즌 중 4시즌에서 풀시즌을 소화하며 사이영상 투표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149.2이닝 195탈삼진으로 메이저리그 탈삼진 1위를 기록 중이고 평균자책 2.71로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왔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야구운영 본부장은 "잭 휠러 같은 1번 에이스를 잃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충분한 선발 뎁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애써 자위했다. 크리스토퍼 산체스, 레인저 수아레스, 헤수스 루사르도 등 좌완 트리오와 애런 놀라, 타이후안 워커 등 우완 투수들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투수들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악명 높다. 신경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 과거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처럼 선수 생명이 끝나기도 한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다행히 휠러의 경우는 혈관성 흉곽출구증후군으로 신경 관련 유형보다 회복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2020년 비슷한 수술을 받은 애리조나의 메릴 켈리가 좋은 선례다. 2020년 9월 9일 늑골 제거 수술을 받은 켈리는 이듬해 시즌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복귀해 이후 129경기에 등판했다. 이후 올 시즌까지 애리조나의 든든한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잭 휠러(사진=MLB.com 중계화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잭 휠러(사진=MLB.com 중계화면)

이번 수술이 휠러의 향후 커리어와 은퇴 시기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도 관심사다. 휠러는 여러 인터뷰에서 2027시즌 후 은퇴를 공언한 바 있다. 1억 2600만 달러(1764억원) 3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다. "집에는 아빠가 필요한 네 아이가 있다"며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하겠다던 휠러에게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현재 75승 54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필리스는 뉴욕 메츠에 6경기 차 우위를 점하고 있다. 휠러 없이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는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필리스는 휠러가 건재했던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뉴욕 메츠에 패해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한 바 있다. 

휠러의 복귀 시점은 빨라야 2026시즌 개막이다. 수술 8주 후부터 던지기 시작할 수 있지만, 실전 복귀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36세가 되는 휠러에게는 선수 생활 마지막 2년이 더욱 소중해졌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했던 은퇴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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