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타이완(대만)이 29년 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타이완은 25일(한국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사우스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2025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 대표 네바다를 7대 0으로 완파하며 1996년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8월 13일 미국 10팀과 국제 10팀 등 총 20팀이 참가해 11일간 열렸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타이완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정상에 섰다.
이로써 타이완은 통산 18번째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최다 우승 기록이다. 타이완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5연패를 포함해 리틀리그 강국으로 군림했지만, 1996년 이후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승의 주역은 12살 린친체(타이페이 출신)였다. 키 173cm의 우완투수인 린친체는 이날 5이닝 동안 1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퍼펙트 게임 직전까지 갔다. 80마일(약 129km/h)을 넘나드는 속구로 타자들을 잠재웠다. 리틀리그는 홈플레이트와 투수판 사이 거리가 14m에 불과해 타자들에게는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첫 이닝에는 정말 긴장했지만, 그 이후로는 순조로웠다"고 린친체는 통역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초반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네바다는 5회까지 린친체의 완벽투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5회 개릿 가예고스가 좌전안타를 쳐내며 간신히 퍼펙트 게임을 저지했다. 곧바로 그레이슨 미란다가 2루수 쪽 직선타를 쳤지만 병살타가 되면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네바다는 창단 이후 첫 결승 진출이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타이완은 상대의 실책을 놓치지 않았다. 2회 지안지더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네바다의 폭투를 틈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는 천스롱이 네바다의 1루 송구 실책으로 추가 득점을 기록해 2대 0으로 앞서갔다.
네바다는 경기 내내 4개의 폭투와 1개의 포일을 범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타이완은 이런 기회들을 차분하게 살려나갔다.
5회 5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린친체가 결정타를 날렸다. 타자로 나선 린친체는 좌익선상 적시타 3루타를 때려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린친체는 마운드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팀의 우승을 이끈 진정한 에이스였다.
이후 상황도 재미있게 흘러갔다. 차이위거의 땅볼 때 린친체는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 위기에 몰렸지만, 네바다의 송구 실책으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득점까지 올렸다. 차이위거도 덩달아 홈을 밟으며 7대 0이 됐다.
좌익수 천이렝이 마지막 플라이볼을 잡아내자 타이완 선수들의 글러브가 하늘로 치솟았다. 선수들은 마운드 앞에서 뜨겁게 포옹하며 29년 만의 우승을 만끽했다.
라이민난 감독은 "우승을 되찾을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대회 내내 우리 전략은 '수비를 공격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상대팀이 득점하지 못하면 이 토너먼트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완벽하게 통했다. 타이완은 윌리엄스포트에서의 대회 기간 중 단 3실점만 허용했다. 그마저도 7대 3으로 승리한 베네수엘라전에서 내준 점수가 전부였고, 나머지 경기에선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4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타이완이다.
타이완의 우승은 국제 팀으로서는 2017년 일본 이후 8년 만이다. 최근 7년간 미국 팀들의 독무대가 이어졌지만, 타이완이 이를 끊어낸 것이다. 이번 우승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타이완 야구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한다. 유소년 야구에서부터 프로야구까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TJ 펙서 감독(네바다)은 "이 전체 스토리를 마지막 한 챕터로 판단하지 말고 전체 책으로 봐달라"며 "우리 선수들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면 영웅이 될 것"이라고 제자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오후 일찍 열린 3위 결정전에서는 코네티컷(미국)이 아루바를 4대 2로 이기며 3위를 차지했다. 아루바는 이번 결승 진출로 대회 참가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