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 론 워싱턴이 심장 4중 우회수술을 받은 지 8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수술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73세 노장 워싱턴은 "야구가 그리웠다. 야구가 바로 내 인생"이라며 내년 시즌 복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워싱턴 감독은 26일(한국시간)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레인저스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뉴올리언스 자택에서 회복기를 보냈다.
워싱턴의 건강 문제는 지난 6월 뉴욕 양키스와의 4연전 중 시작됐다. 6월 19일 마지막 경기를 지휘한 후 숨가쁨과 피로감을 호소했던 워싱턴은 이후 정밀검사에서 심장 판막 막힘이 발견됐다. 그는 6월 23일 입원해 30일 수술을 받았고, 7월 7일 퇴원하는 과정을 거쳤다.
수술 직후의 상황에 대해 워싱턴은 생생하게 회상했다. "내가 죽은 줄 알았다. 며칠 동안 어떤 곳에 누워 있었는데, '살아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에 붙어있던 것들을 떼기 시작했는데, 의료진이 달려와서 손을 잡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내가 '나 죽었냐'고 묻자 '아니다, 살아있다'고 말해줬다."
이런 극적인 순간도 이제는 미소 지으며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워싱턴은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건강 문제가 흡연과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식습관을 바꿨고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수년간 금연하라고 했는데, 우회수술을 받아서야 담배를 끊게 됐다"는 그의 고백에는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
워싱턴은 17파운드(약 7.7kg) 체중이 줄었고 목소리도 전보다 약해졌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대로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들어올려 수술 흉터를 공개하며 "이 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감독 복귀는 불가능하지만, 워싱턴은 내년 시즌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2월쯤이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며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원한다면 반드시 돌아와서 우리가 시작한 일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말하는 '미완의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작년 에인절스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팀은 63승 99패로 프랜차이즈 최다 패배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그가 6월 중순 떠나기 전까지는 36승 38패를 기록했고, 현재 레이 몽고메리 대행 체제에서는 61승 69패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워싱턴은 팀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드러냈다. "다른 팀들이 우리 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시작한 일을 끝낼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8주 만에 나타난 워싱턴을 선수들은 반갑게 맞았다. 외야수 조 아델은 "감독님은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시 뵐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팀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돌아오려는 모습을 보니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도 선수들과의 끈끈한 정을 잊지 않았다. "마이크 트라웃, 트래비스 다노, 코칭스태프 등이 수술 후 병원을 찾아 격려해줬고, 아델은 지난 두 달간 전화로 꾸준히 안부를 물어왔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워싱턴은 이번 텍사스와 휴스턴 원정을 함께한 후 캔자스시티 경기는 건너뛰고, 팀이 홈으로 돌아온 후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레인저스 감독으로 664승 611패를 기록하며 프랜차이즈 최다승 감독이 된 워싱턴은 50년 넘게 야구계에 몸담아온 베테랑 야구인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야구에 대한 그리움을 잃지 않은 최고령 감독의 복귀가 에인절스의 시즌 막바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