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여자야구 프로리그(WPBL)가 출범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무대에 한국 여자야구 선수 5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프로는 물론 실업 무대조차 없는 한국 여자야구 현실 속에서, 이들의 도전은 단순한 이적이나 진출을 넘어 '가능성의 증명'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입니다. 스포츠춘추는 WPBL 트라이아웃에 나서는 다섯 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그들의 도전과 성장, 그리고 여자야구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하는 특별 연재를 이어갑니다. <편집자주>

김현아가 1940년대 한시적으로 운영된 전미프로여자야구리그(AAGPBL) 선수였던,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된 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김현아 제공)
김현아가 1940년대 한시적으로 운영된 전미프로여자야구리그(AAGPBL) 선수였던,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된 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김현아 제공)

[스포츠춘추]

“기자님도 현장에 오셨다면 분명 가슴이 뜨거워지셨을 겁니다.”

트라이아웃을 마친 선수들의 첫마디였다. 두근거림과 벅찬 감정, 그리고 뜨거운 열정. 명색이 실력을 검증받는 자리였지만, 남은 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뿐이었다.

내년 출범을 앞둔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omen's Pro Baseball League·WPBL) 트라이아웃에 도전한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25), 김현아(25), 박주아(21)는 한목소리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는 소감을 반복했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1940년대 잠시 운영됐던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 이후 70여 년 만에 미국에서 부활하는 여자 프로야구 리그의 출범을 앞두고 진행됐다. 전 세계 10개국에서 약 600명의 선수가 지원했고, 이 중 200여 명이 직접 미국을 찾아 현장에서 테스트를 치렀다. 하지만 분위기는 치열한 경쟁보다는 축제와 감격, 환희 그 자체였다고 한다.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투수 김라경은 “미국에 오셨다면 분명 가슴이 뜨거워지셨을 거다. 트라이아웃 내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가슴이 뜨거워진 순간이 계속 반복됐다.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를 꿈꾸며 야구를 했지만, 한국에는 여성을 위한 프로야구 리그가 없었잖나. 그런데 이번에 미국에서 리그가 창설되며 꿈을 이룰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찼다”라고 전했다.

내야수 박주아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저는 미국 스타일인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메이저리그(MLB) 구장인 내셔널스파크에서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라운드에서 본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관중도 많이 찾아와줬다. 최종 트라이아웃까지 오른 선수들의 수준이 워낙 높아 경기는 속도감 넘쳤고, 야구 잘하는 여성 선수들 사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라고 말했다.

WPBL 공식 영상에 올라온 박주아의 타격 모습. (사진=WPBL SNS)
WPBL 공식 영상에 올라온 박주아의 타격 모습. (사진=WPBL SNS)

포수 김현아 역시 “감히 밟아볼 수 있을까 싶었던 MLB 구장에서 직접 뛰고, 선수 자격으로 더그아웃에도 앉아봤다. 정말 행복했고, 미국에 오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그는 또 특별한 순간도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AAGPBL 출신의 원로 선수 메이벨 블레어가 직접 다가와 “너의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다.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건넸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여자야구가 교차한 순간이었다.

WPBL의 창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AAGPBL이 남성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탄생했다면, WPBL은 MLB가 건재한 상황에서 여성만을 위한 독립적인 프로야구 리그로 출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의 여성 선수들은 국적, 나이, 체격 조건과 상관없이 기쁜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고, 그 무대를 즐기며 테스트에 임했다.

김현아는 “역사의 한 순간에 함께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뿌듯하다. 오는 10월 열리는 WPBL 드래프트에서 꼭 지명돼 정식 선수로 미국에서 뛰고 싶다”라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

WPBL은 총 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과연 한국 선수 3인방이 드래프트에서 이름을 불러 정식 프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WPBL 트라이아웃에 임한 선수들의 모습. (사진=WPBL SNS)
WPBL 트라이아웃에 임한 선수들의 모습. (사진=WPBL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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