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출루 경기를 펼친 박준순(사진=두산)
5출루 경기를 펼친 박준순(사진=두산)

 

[스포츠춘추=잠실]

"연패가 더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순은 팀의 6연패 위기 상황에서 절박하게 뛰었다. 5타석 완벽 출루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연장 10회 결승 주자로 홈을 밟으며 두산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지난 23일 KT전에서 연거푸 송구실책을 범하며 '멘붕'이 왔던 그 신인이, 불과 5일 만에 팀을 구원하는 영웅이 됐다.

박준순은 이날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안타 2볼넷으로 5타석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두산은 연장 10회말 안재석의 끝내기 안타로 7대 6 승리를 거뒀고, 홈을 밟은 건 선두 타자로 출루한 박준순이었다.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박준순은 허경민 이후 16년 만에 두산이 1라운드에서 지명한 내야수다. 지난 7월 '천재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식에서 52번 유니폼을 물려받는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이 "두산 내야를 20년간 책임질 선수"라고 소개했던 그 특급 유망주가,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제 몫을 해냈다.

그간 주로 3루수로 출전했던 박준순은 이날 이틀 연속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 나섰다. 지난 23일 KT전에서 6회 연거푸 실책을 범한 뒤 조성환 감독대행이 "실책 때문이 아니다. 그간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아 하루 쉬게 했다"며 따뜻하게 감싼 배려가 빛났다.

1회초부터 박준순의 맹활약이 시작됐다. 팀이 2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첫 타석부터 좌전안타를 때렸다. 비록 안타 때 2루 주자 양의지가 홈에서 아웃돼 타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후속 타자 오명진의 내야안타로 선행 주자가 홈을 밟으며 두산이 1회부터 3대 0 리드를 잡는 데 기여했다.

3회에는 1사 후 좌측 2루타를 날려 두 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삼성 선발투수 최원태를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날리며 조기 강판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회에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8회에도 1사 후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이날 3안타째를 터뜨렸다.

승부는 연장 10회에서 갈렸다. 박준순은 최근 구위가 좋아진 삼성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선두 타자로 나와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오명진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뒤, 이유찬의 삼진-정수빈 자동고의볼넷으로 만들어진 1, 2루 찬스에서 안재석이 초구부터 우중간 2루타를 작렬시켰다. 박준순이 홈을 밟는 순간 잠실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산 3루를 맡고 있는 루키  박준순. 사진 | 두산베어스
두산 3루를 맡고 있는 루키 박준순. 사진 | 두산베어스

이날 활약으로 박준순은 잠시 2할대로 떨어졌던 타율을 0.308로 다시 3할대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들어 2001년 한화 김태균(0.335)과 2017년 넥센 이정후(0.324) 외에는 없었던 19세 신인 3할 타자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김태균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레전드이고, 이정후는 현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스타다.

경기 후 박준순은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휴식을 취하게 배려해준 조성환 감독대행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박준순은 "감독 대행님께서 배려해주셔서 하루 쉬어가기도 했다. 시즌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며 '저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5출루의 비결에 대해서는 "오늘 경기는 나만의 타격존을 그려놓고, 공을 많이 보려고 했다. 그리고 내 존 안에 들어오면 치자고 생각했던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높은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낮은 게 약점이었던 박준순은 이날 처음으로 2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고교 시절 주포지션이었던 2루수로 돌아간 것도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다시 2루로 돌아가 적응이 어려웠지만 이틀 정도 지나니 익숙한 포지션이라 편하게 플레이했다. 수비에서의 여유 덕분에 공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순은 마지막으로 "오늘처럼 경기 후 유니폼이 더러워져 있으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팬분들께 '허슬두'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노장 양의지조차 "달리기가 느린 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고 강조한 두산의 허슬 DNA가 19세 박준순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조성환 감독대행도 박준순의 활약을 극찬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부담감이 컸는데 모든 선수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 3안타를 때린 박준순이 연장 10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볼넷을 얻어내며 귀중한 출루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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