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아닌가 싶은 조나 통의 외모(사진=SNY 방송 화면)
고교생 아닌가 싶은 조나 통의 외모(사진=SNY 방송 화면)

 

[스포츠춘추]

조나 통이 7월 애틀랜타 퓨처스 게임 마운드에 올랐을 때, MLB 네트워크 해설자 조너선 메이요의 입에서 즉시 나온 이름은 팀 린스컴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22세 뉴욕 메츠 신인의 투구폼을 본 순간 누구라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비교였다.

린스컴은 누구인가. 2008년과 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연이어 받으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전설의 투수다. 178cm, 77kg의 왜소한 체구로 150km/h 후반 광속구를 던지며 '괴짜(The Freak)'라 불렸던 그가 2025년 메츠 유니폼을 입고 되살아난 듯하다.

유망주 평가 전문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두 선수의 유사점을 상세히 분석했다. 둘은 투구폼이 거의 복사 붙여넣기를 한 듯 똑같다. 극단적인 다리 들어올리기, 몸통을 2루 방향으로 회전시키며 뒷다리에 힘을 모으는 동작, 글러브 팔을 앞으로 크게 펼치고 던지는 팔을 깊숙이 뒤로 빼는 모습까지 흡사하다. 마치 타자를 향해 뛰어드는 것 같은 동작으로 2m가 넘는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통의 팔 준비동작과 균형점, 힘을 모으는 과정도 린스컴과 거의 일치한다.

체구 역시 비슷하다. 통은 185cm, 82kg로 린스컴보다 약간 크지만 여전히 투수치고는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 작은 몸에서 나오는 구위는 만만치 않다. 통은 평균 154km/h, 최고 158km/h를 던진다. 린스컴이 데뷔 당시 기록한 150~153km/h보다 오히려 빠른 수준이다.

마이너리그에서의 지배력도 린스컴을 연상시킨다. 통은 올 시즌 179탈삼진, 평균자책 1.43에 0.148 피안타율로 마이너리그 전체 투수 중 1위를 차지했다. 린스컴 역시 2007년 트리플A에서 31이닝 46탈삼진, 40.4%의 탈삼진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당시 평균 17.8%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선발투수가 40%의 탈삼진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공'을 던진다는 공통점도 있다. 통을 어린 시절 지도한 리치 라이치는 "타자들이 계속 하는 말이 '뭘 던지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린스컴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06년 린스컴을 평가하며 "특이한 투구폼이 풍차를 닮았다"고 표현했다. 몸이 대부분의 일을 하고 번개 같은 팔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었다.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사진=피칭닌자 SNS)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사진=피칭닌자 SNS)

물론 차이점은 있다. 통은 포심 속구와 벌칸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85% 이상 던지는 투피치 투수에 가깝다. 반면 린스컴은 커브볼과 스플리터를 20% 이상 구사해 레퍼토리가 다양했다. 또 린스컴은 고교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로 2006년 전체 10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통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57번째로 평가받던 무명이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며 스카우트들 눈에 띄기 어려웠던 그는 2022년 7순위 209번째로 겨우 지명받았다.

그럼에도 둘 사이엔 닮은 점이 다른 점보다 훨씬 많다. 특히 타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에서 그렇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메츠 신인 놀란 맥클린은 통이 불펜피칭을 할 때 타석에 서본 뒤 "독특한 투구폼과 패스트볼이 지금까지 본 공 중 가장 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메츠에게 통과 맥클린의 등장은 가뭄 속 단비였다. 1986년 이후 39년째 우승 가뭄에 시달리는 이 팀은 올 시즌 우승을 꿈꾸며 출발했지만 선발진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24세 맥클린이 데뷔해 3승 무패로 팀을 구했고, 이제 22세 통까지 가세한 것이다. 두 신인 투수가 구세주로 나선 셈이다.

이런 모습은 201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자이언츠 역시 린스컴을 필두로 맷 케인, 매디슨 범가너 같은 젊은 투수들이 등장하며 2010년, 2012년, 2014년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린스컴은 그 전성기의 상징이었다. 작은 체구의 '괴짜' 투수가 팀을 우승으로 이끈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8월 29일 데뷔전에서 통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6탈삼진을 기록하며 19대 9 대승을 이끌었다. 드와이트 구든 이후 22세 이하 메츠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데뷔전에서 5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커브볼로 첫 탈삼진을 잡고 154km/h 속구로 마지막 탈삼진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린스컴을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
조나 통과 린스컴의 투구폼 비교.

일각에선 통을 향해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볼넷률이 10%로 다소 높고, 극도로 독특한 투구폼이 메이저리그에서 지속적으로 통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린스컴 때도 마찬가지였다. 린스컴 역시 데뷔 초 체구와 투구폼에 대한 의구심을 받았지만 사이영상 2회, 올스타 4회,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이라는 결과로 모든 의심을 잠재웠다.

MLB 닷컴에 따르면 데뷔전 당시 한 야구장 직원은 통을 보고 "완전 어린애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통은 어머니에게 메이저리그 승격 소식을 전한 뒤 어린애처럼 한 시간 동안 울었다. 경기 후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모든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도 아이 같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앳된 22세 신인을 향한 기대는 남다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이안 오코너 기자는 "먼저 뽑힌 208명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통이 해낸 것처럼 1986년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메츠 팬들에게 큰 희망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이 "당분간 (통을 포함) 6선발 로테이션으로 간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기대감의 반영이다.

린스컴과 통의 평행이론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201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체구의 '괴짜' 투수가 만들어낸 가을의 마법이 뉴욕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단 첫 번째 시험대는 통과했다. 이제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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