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크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는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이사크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는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스포츠춘추]

돈으로 사려는 겐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1일(한국시간) 알렉산데르 이사크의 리버풀 이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적료는 1억 3000만 파운드(약 2432억원)로, 리버풀이 올 여름 플로리안 비르츠를 영입하며 세운 1억 1600만 파운드 기록을 경신하는 영국 축구 역사상 최고액이다.

"이사크는 절대 팔지 않는다" "어지간한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던 뉴캐슬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이사크의 SNS 공개 저격 이후 일주일간 벌어진 냉전이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결말은 누구에게도 달콤하지 않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체면을 구겼다. 이사크의 구단 저격 성명서를 "협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당시 PIF 관계자들은 "여기서 굴복하면 다른 스타들에게 잘못된 선례를 남긴다"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마지막 제안은 거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타인 축구 전문 기자는 "뉴캐슬이 요구하던 1억 5000만 파운드에는 못 미치지만, 연대기여금을 포함해 1억 3000만 파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닉 볼테마데(약 860억원)를 영입한 뒤 뉴캐슬의 입장이 바뀌었다. 이사크의 공백을 메울 최소한의 대안을 확보한 것이다. 요안 위사나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 영입은 실패했지만, 더 이상 완전한 빈손으로 이사크를 보낼 수는 없다는 계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뉴캐슬 팬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6개월 전 카라바오컵 우승의 영웅을 잃는다는 상실감이 크다. 무엇보다 이사크가 남긴 상처가 너무 깊다. 한 서포터는 현지 인터뷰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 떠나는 건 이해하지만 방식이 너무 추악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수천 파운드를 들여 이사크를 위한 대형 현수막을 제작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 현수막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반응이다.

에디 하우 감독의 처지도 딱하게 됐다. 하우 감독은 이사크 없이 시즌을 시작해야 했고, 이제 볼테마데 한 명으로 공격진을 꾸려야 한다. 칼럼 윌슨마저 사우디로 떠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 없이 공격진을 짜야 한다.

하우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며 "뉴캐슬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크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었다. 이제야 그 정리가 끝났지만 대가는 컸다. 디 애슬레틱의 크리스 워 기자는 "하우가 이 소모적인 사태의 피해를 수습해야 한다"며 "이미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주력 스트라이커를 잃은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리버풀이 이사크를 뉴캐슬로 보낸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리버풀이 이사크를 뉴캐슬로 보낸다사진=알렉산데르 이사크 SNS)

반면 리버풀은 대만족이다. 여름 내내 기다린 끝에 원하던 선수를 영입했다. 디 애슬레틱의 제임스 피어스 기자는 "리버풀에게는 이사크 아니면 아무도 없었다"며 "1억 1000만 파운드 제안이 거절된 후에도 다른 대안을 찾지 않고 끝까지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사크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모하메드 살라에 이어 2위인 23골을 넣었다. 25세라는 나이도 적절하고,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췄다. 아르네 슬롯 감독이 원하던 그림에 딱 맞는 선수다. 물론 2400억원이 넘는 거액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 뉴캐슬에서 보인 구단 저격과 '태업' 행동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사크는 2일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 정식으로 리버풀 선수가 된다. 6개월 전 '알렉산더 대왕'으로 불렸던 그가 이제는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비싼 선수가 됐다. 과연 그 값어치를 해낼 수 있을까? 모든 시선이 안필드로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