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재계약한 뒤에 걱정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3년 재계약에 성공한 뒤 연승 행진 중인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SSG는 지난 3일 광주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숭용 감독과 3년 18억원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최대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12억원, 옵션 3억원)이 조건이다.
정규시즌 3위라는 순위와 아직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되진 않은 상황, 잔여 경기를 20경기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서 다소 이례적인 재계약 발표였다. 이전까지 시즌 중 재계약은 주로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거나 우승 성과를 거둔 감독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부임 첫해 72승 2무 70패로 5할 이상 승률은 달성했지만 6위로 가을야구에 올라가지는 못했다. 올시즌에는 3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경쟁 중이다. 그러나 SSG는 단순한 성적을 넘어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이 감독의 야구가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재계약을 발표해 힘을 실어줬다.
다행히 재계약 발표 이후 SSG는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2연승을 거둔 상황에서 재계약 발표 당일 열린 3일 광주 KIA전. 이날 SSG는 제임스 네일이라는 정상급 외국인 투수가 나온 KIA를 상대로 2대 1로 승리해 3연승을 기록했다. 4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고, 5일 홈으로 돌아와 치른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7대 5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재계약 전까지 SSG는 4위에 0.5경기차 앞선 3위였는데, 재계약 이후 연승을 거두면서 6일 현재는 1.5경기차로 앞선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100%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가을야구 진출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다.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관해 "아직 모른다. 정말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재계약한 뒤에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감독으로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재계약을 하고 솔직히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내 재계약 때문에 혹시라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그래서 광주 원정 첫날도 코칭스태프, 선수들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나갔었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다음 경기를 잘 이기고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좋은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는 이 감독은 "나도 느끼긴 했지만, 주변 지인들이 TV중계로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그 부분이 선수들에게 굉장히 고마웠다"고 했다.

이날 5연승에 도전하는 SSG는 박성한(유격수)-정준재(2루수)-최정(3루수)-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한유섬(우익수)-고명준(1루수)-최지훈(중견수)-류효승(지명타자)-이지영(포수) 순으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다.
올시즌 커리어에서 손꼽힐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광현은 23경기에 등판해 7승 9패 평균자책 4.63으로 아직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한 8월 19일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 4이닝 4실점, 4이닝 5실점으로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김광현의 최근 등판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빗맞은 안타가 나오고 자기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자꾸 볼이 되긴 했지만, 던지는 그림은 좋게 봤다"며 "오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전 경기에선 패스트볼을 던질 때 공을 때리지 못하고 당겨서 던졌는데, 그날은 조금 밀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포수 조형우도 물어보니까 괜찮다고 하더라. 김광현도 '이제는 조금 힘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만약 그날 경기에서 좋지 않았다면 나머지 시즌도 쉽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날 던진 뒤에 괜찮다고 하고, 던지는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오늘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며 에이스의 호투를 기대했다.
이날 인천 지역에는 경기 개시 1시간 뒤인 6시 이후부터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 경기 초반 선취점을 얻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상 상황이다. 이 감독은 "원래는 웬만해선 5회 이전에 번트를 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5회 이전에도 선취점을 내야 할 때는 대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선수들에게도 미리 인지하도록 하고 각 파트 코치들에게도 더 준비를 신경써서 잘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강조한 이 감독은 "오늘같은 경우도 경기가 비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초반 리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