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KT 위즈가 ‘날씨’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말 대구 원정 시리즈가 우천 순연될 경우 8연전이라는 극한 스케쥴을 소화하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KT의 잔여경기 일정은 만만치 않다. 9일 수원 홈에서 두산 베어스전을 치른 뒤 하루 쉬고 11일 잠실에서 선두 LG 트윈스와 맞붙는다. 다시 하루 쉬고 주말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2경기가 예정돼 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홈에서 6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정상적으로 경기 일정대로 치러진다면 차라리 낫다. 문제는 중간에 우천순연되는 경기가 나올 가능성이다. 특히 13일 대구 경기가 관건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 대구지역에 많은 비가 예보된 상태다. 만약 예보대로 많은 비가 내려서 우천순연될 경우 휴식일인 15일 월요일에 경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KT는 지옥의 8연전을 치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14일과 15일 대구에서 삼성과 경기한 뒤 16일 수원으로 올라와서 LG와 3경기, 한화와 2경기, 삼성과 1경기를 차례로 치러야 한다. 삼성은 현재 리그 4위, LG는 단독 선두, 한화는 2위에 올라 있는 상위권 강팀들이다. 상대 팀만으로도 벅찬 스케쥴인데 8연전 시리즈를 치르려면 큰 전력 소모가 불가피하다.
다른 구단들의 경우 잔여경기 기간에는 경기 중간중간 휴식일이 끼어있어서 투수진 운영에 여유가 있다. 휴식일을 앞두고 한 경기에 불펜투수들을 총동원하거나, 등판 간격이 넓은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식의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KT의 경우 8연전이 성사되면 가뜩이나 여유롭지 못한 선발진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KT의 선발진 사정은 그리 여의치 않다. 이날 두산전 선발 소형준은 경기 후 1군 엔트리에서 다시 한번 말소될 예정이다. 소형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상의해서 정한 이닝제한(130이닝)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이에 KT는 소형준에게 일반적인 4, 5일보다 더 긴 휴식을 부여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서 “오늘 던지고 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주 잔여경기 로테이션은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11일), 고영표(13일), 오원석(14일) 순으로 기용할 예정이다. 만약 8연전이 성사될 경우 헤이수스는 11일부터 21일까지 11일 동안 무려 3경기에 등판해야 한다. 고영표와 오원석도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한 차례씩 소화해야 한다. 나머지 2경기는 또다른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와 문용익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패트릭 머피는 이번주에는 불펜으로 대기하다가 다음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한다. 문용익은 4일 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3이닝 70구를 던지고 교체됐지만 아직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리그 상위권 강팀들과 상대하는 일정만으로도 벅찬데 투수진 사정까지 여의치 않은 KT다.
일단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이번주에는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투입하면서 총력전을 벌인다. 당장 이날 경기에는 고영표와 패트릭이 불펜에서 대기한다. 고영표는 이날 불펜 피칭을 실전 불펜 등판으로 대체하고 13일(혹은 우천취소시 14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선발 소형준 이후 상황에 따라 고영표와 패트릭까지 쏟아붓는 총력전이 예상된다.
KT는 이날 라인업을 허경민(3루)-앤드류 스티븐슨(중견)-안현민(우익)-강백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황재균(1루)-김상수(2루)-장준원(유격)-안치영(좌익)으로 구성했다. 최근 좌완투수 선발등판일에 벤치에 앉는 날이 많았던 강백호가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한다. 허리 통증으로 빠지는 날이 많았던 김상수도 선발 출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