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귀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LG 박관우.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팬들에게 귀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LG 박관우.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잠실=스포츠춘추]

잠실 구장에서 ‘복숭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LG 트윈스 신인 외야수 박관우(19) 얘기다. 팬들은 그를 ‘복숭아 도련님’이라 부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님이 복숭아 장사를 하신다는 사실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그 별명 하나만으로도 팬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적신다.

지난 10일 두산전 직후, 박관우는 팬에게 선물 하나를 받았다. 막내로서 경기 물품을 주섬주섬 정리하던 그는, 팬들의 부름에 품에 들고 있던 물건을 한 아름 안고 곧장 불펜 피칭장 끝으로 달려가더니 팬이 건넨 작은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복숭아 도련님’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키링. 박관우는 선물을 손에 쥐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팬들의 사랑은 노래로도 이어졌다. 지난 7일 SSG전에서는 생애 첫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전 LG 타자였던 서상우(은퇴)가 쓰던 곡을 이어받아 새롭게 가사를 붙인 곡이었다. “처음엔 휴대폰으로 듣고 '그냥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팬분들의 떼창으로 들으니 더 좋았고, 정말 감격스러웠다”는 박관우의 말처럼 당시 ‘복숭아 도련님’의 귀는 팬들의 애정 가득한 응원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박관우는 이에 화답하듯 대타로 나선 첫 타석에서 우중간 2루타를 작렬했다.

하지만 박관우가 단순히 LG의 귀여운 신인으로만 불리는 건 아니다. 올 시즌 그는 데뷔 시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고 있다. 대타 타율 0.438, 득점권 타율 0.357이라는 기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0.333. 19세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LG 팬들에게 '저 친구는 뭔가 다르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박관우는 "득점권에서 대타로 나설 때 부담은 없다. 그저 이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 그래서 긴장하지 않고 스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LG 외야수 박관우 (사진=LG 트윈스)
LG 외야수 박관우 (사진=LG 트윈스)

비밀은 훈련에 있다. 박관우는 매일 한 손 티 배팅을 통해 팔을 길게 뻗는 스윙을 반복한다. 손목을 억지로 쓰지 않고 큰 근육의 힘을 효율적으로 실어주는 방식이다. 공을 맞힌 뒤에도 방망이가 멈추지 않고 길게 나아가도록 하는 이 훈련은, 그의 깔끔한 타격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를 경기 전·후에 반복하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LG는 이미 7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가을 무대의 엔트리에도 ‘복숭아 도련님’의 이름은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관우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중요한 무대에 맞게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구장의 한 켠에서 키링을 들고 환하게 웃던 19세 젊은 선수이자 팬들의 노래 속에서 힘을 얻은 신인에게  ‘복숭아 도련님’이라는 애칭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이제 막 첫 장을 즐겁게 넘긴 참이다.

박관우가 스포츠춘추와 인터뷰하고 있다, '복숭아 도련님' 굿즈를 들고.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박관우가 스포츠춘추와 인터뷰하고 있다, '복숭아 도련님' 굿즈를 들고.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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