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느그가 프로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기였다.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 상대 홈경기는 한 팀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의 0대 13 완패. 투수, 타자, 수비 그 어느 것 하나 제 몫을 해내는 파트가 없었다.
선발 알렉 감보아의 붕괴부터 말해보자. 시즌 7승 평균자책 2.63의 외국인 에이스가 4이닝 만에 8실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한국 무대 데뷔 후 최악의 투구였다. 8안타 3볼넷을 허용하며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
감보아의 8실점 중에 5점은 비자책점이었다. 이날 롯데 수비진은 실책 5개를 저질렀다. 1루수 나승엽이 문현빈의 땅볼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부터 시작해서, 3루수 손호영과 유격수 전민재의 소통 문제, 2루수 한태양의 뜬공 처리 실패까지.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보는 듯한 실수가 속출했다.
타선마저 무기력했다. 경기 내내 산발 4안타에 그치면서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한화 선발이 '몬스터' 류현진 상대로 무득점에 그친 건 그럴 수도 있지만 주현상-엄상백-윤산흠으로 이어지는 불펜 상대로도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전날 경기 포함 2경기에서 7안타 1득점에 그친 롯데 타선이다.
이날 하루만 못한 게 아니다. 벌써 5연패다. 7월 초까지만 해도 1위 LG를 2게임차까지 추격하며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추락했다. 이제 5위 삼성과는 2게임차까지 벌어지며 2017년 이후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7위 NC와 0.5경기차, 8위 KIA와도 1.5경기차로 까딱하면 8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는 처지다. 이제 롯데에게 남은 경기는 딱 12경기 뿐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하필 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롯데가 원래의 롯데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