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미국 정치권 돌풍의 주인공이 2026년 북미 월드컵의 상업주의에 정면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조란 맘다니가 FIFA를 향해 "탐욕을 멈추라"고 외치며 월드컵 티켓 정책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맘다니는 10일(한국시간) "Game Over Greed(탐욕을 끝내라)" 캠페인을 시작하며 FIFA의 다이나믹 프라이싱(동적 가격제) 정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 공동 여론조사에서 46%의 지지율로 2위 앤드루 쿠오모(24%)를 크게 앞서고 있는 맘다니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맘다니는 청원서를 통해 "FIFA 월드컵이 내년 뉴욕에서 열린다. 우리 시의 경제 성장과 공동체 정신을 위한 놀라운 기회다. 하지만 노동자 계층 뉴요커들이 실제로 경기를 볼 수 있어야만 진정한 기회가 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FIFA가 올해 처음으로 티켓 판매에 동적 가격제를 도입했다. 우리에게서 얼마나 많은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 티켓들은 FIFA 공식 플랫폼에서 가격 제한 없이 재판매된다. 또 다른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맘다니의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동적 가격제 폐지 △티켓 재판매 가격 상한선 재도입 △지역 주민을 위한 할인 티켓 15% 확보.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가 우리 뒷마당에서 열리는데 대다수 뉴요커들이 볼 수 없다"며 "탐욕보다 경기를 우선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맘다니의 분노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FIFA가 지난주 공개한 티켓 가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가장 저렴한 조별리그 티켓은 60달러(약 8만원)에서 시작되지만, 가장 비싼 결승전 티켓은 6730달러(약 93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적 가격제로 인해 실시간 수요에 따라 가격이 계속 변동된다. FIFA 관계자는 "이를 통해 수익과 관중 동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자랑하듯 밝혔다. FIFA는 또한 자체 재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되 가격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과거 3회 월드컵과 달리 지역 주민을 위한 별도 할당도 사라졌다.
30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티켓 수익을 목표로 하는 FIFA는 이미 실제 티켓을 판매하기도 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조사에 따르면 FIFA는 지난 1년간 자체 플랫폼 'FIFA 컬렉트'를 통해 "티켓 구매권(Right To Buy)" 토큰을 판매, 최소 1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막힌 상술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FIFA는 수백 달러를 지불한 팬들에게 나중에 특정 경기 티켓을 구매할 '권리'를 준다. 실제 티켓 비용은 당연히 별도다. FIFA 컬렉트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3만 개 이상의 토큰이 판매됐으며, 일부는 415만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가장 비싼 상품은 2999달러짜리 "더블 오프닝 글로리" 번들로, 멕시코시티 개막전 티켓 1장과 마이애미 클럽 월드컵 개막전 티켓 2장을 구매할 권리를 준다. 하지만 실제 티켓 가격은 여전히 미정이다. 단순히 표를 구매할 권리만 산 것이다.
11일 시작된 첫 번째 티켓 추첨 신청부터 문제가 터졌다. 비자 카드 소지자만 참여할 수 있는 이번 사전 추첨에서 많은 팬들이 1시간 이상 대기하거나 오류 메시지를 받았다. 일부는 30분 이상 디지털 대기실에서 허송세월을 보냈고, 다른 이들은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잘못된 요청" 오류만 받았다. FIFA 대변인은 "엄청난 수요"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축구 서포터즈 연맹(FSE)은 올여름 FIFA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서포터들은 재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희생을 감수하며 팀을 따라다닌다. 돈 많은 사람이나 빨리 클릭하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불투명한 가격 시스템으로 그들을 벌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FIFA 월드컵은 그냥 하나의 오락거리가 아니다. 전 세계 수백만 팬들에게 평생 한 번뿐인 경험이다. 서포터들은 이 지구촌 축구 축제에 참여하려고 몇 년씩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으고, 여행을 준비한다. 돈 많이 낼 수 있는 사람이나 마우스 클릭 빠른 사람만 우대하는 가격 정책은 모두의 축제를 돈 있는 자들만의 구경거리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비판에 FIFA는 뻔뻔하게 맞받아쳤다. FIFA 대변인은 "우리 가격 정책은 미국 내 주요 공연과 스포츠 행사의 기존 시장 가격을 따른 것"이라며 "대회 수익 대부분은 전 세계 축구 발전에 다시 투자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원협회의 50%가 FIFA 지원 없이는 운영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선의를 포장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부국들에 월드컵을 연이어 배정하고 대회 규모를 크게 확장한 FIFA의 행보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축구가 엘리트 스포츠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서민들도 월드컵의 감동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맘다니의 문제 제기에 과연 FIFA가 귀를 기울일지,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돈벌레 행보를 계속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