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조 디마지오는 양키스 역사상 가장 빛나는 이름 중 하나다. 9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13시즌 연속 올스타, 3번의 MVP. 1951년 36세로 은퇴할 때까지 쌓아올린 361개의 홈런은 70여 년간 양키스 프랜차이즈 4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11일(현지시간) 밤 양키스타디움에서 현역 선수가 디마지오와 같은 자리에 올라섰다.
애런 저지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2홈런을 작렬시키며 통산 361호를 기록했다. 조 디마지오와 함께 양키스 프랜차이즈 홈런 4위에 오른 역사적 순간이었다. 불과 이틀 전 요기 베라(358개)를 넘어선 저지가 또다시 양키스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9·11 추모 경기라는 상징적인 무대에서 벌어진 대기록이었다.
저지의 역사 행진은 1회부터 시작됐다. 타일러 홀튼의 커터를 받아친 타구는 177km/h의 속도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MLB닷컴에 따르면 비거리 126m, 통산 360호였다. ESPN에 따르면 저지가 1회에 기록한 홈런만 18개로, 자신이 지난해 세운 메이저리그 기록과 알렉스 로드리게스(2001년)의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3회에는 더욱 강렬했다. 소이어 깁슨롱의 패스트볼을 받아친 타구가 185km/h로 날아갔다. MLB닷컴에 따르면 비거리 132m, 타이거스 불펜 뒤편까지 날아간 대포였다. 통산 361호, 조 디마지오와의 역사적 만남이었다.
저지는 통산 1129경기 만에 이 기록에 도달했다. 양키스 역사상 저지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세 명뿐이다. 베이브 루스(659개), 미키 맨틀(536개), 루 게릭(493개).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특히 올 시즌 저지의 폭발력은 경이롭다. 시즌 46홈런으로 통산 4번째로 45홈런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루 게릭과 공동 2위다. 베이브 루스만이 9번으로 앞서 있을 뿐이다. ESPN의 데이터 분석가 사라 랭스에 따르면 저지의 멀티홈런 경기는 이제 45경기로, 루스(68경기), 맨틀(46경기)에 이어 프랜차이즈 3위에 올라섰다.
이날 저지의 활약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바로 9·11 추모 경기였기 때문이다. 24년 전 그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날, 뉴욕을 대표하는 선수가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애런 분 감독은 경기 후 "저지에게 이 경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며 "뉴욕을 상징하는 선수로서 이런 특별한 밤에 저런 경기를 펼친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저지의 다음 목표는 루 게릭의 493개다. 올 시즌까지 페이스라면 2-3년 내에 게릭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베이브 루스, 미키 맨틀에 이어 양키스 역사상 세 번째 홈런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MLB닷컴의 브라이언 호치 기자는 "저지는 이제 단순한 현역 스타가 아니라 양키스 역사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