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출루왕' 홍창기가 돌아왔다. 내측 측부인대 파열로 4개월간 재활에 매진했던 LG 트윈스의 리드오프가 13일 1군 엔트리에 정식 등록된다. 홍창기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1군 선수단에 먼저 합류했다. 2020년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이후 이번처럼 장기간 부상으로 빠진 건 처음이다.
홍창기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5월 1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 9회초,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수비하던 중 1루수 김민수와 충돌한 것이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홍창기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당초에는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수술 계획은 없다고 알려졌지만, 부기가 빠진 뒤 재검진에서 왼쪽 무릎 내측 측부인대 파열이 확인되며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12일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창기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안 믿겼다. 확인하러 편하게 갔는데 파열이라고 해서 믿어지지 않았다." 이어 "수술방에 들어가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진짜 수술을 하는구나"라며 당시의 당혹감을 털어놨다.
구단이 전망한 재활 기간은 4~5개월이었다. 정규시즌 내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고, 포스트시즌에만 돌아와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홍창기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시즌 막판에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활을 시작했는데 운 좋게 생각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팀 트레이닝 코치님과 외부 트레이너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통산 출루율 0.428의 최고 리드오프 타자가 빠지면서 LG도 위기를 맞았다. 6월부터 하락세가 시작돼 7월 22일에는 한화에 5.5경기차 뒤진 2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팬의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는 홍창기는 "경기를 챙겨보긴 했지만, 보기 싫을 때도 있었다"며 "팀이 자주 지거나 선수들이 힘들 때는 다른 채널로 돌리기도 하고, 안 보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LG의 운명을 바꾼 7월 22일 박해민의 극적인 동점 홈런은 실시간으로 봤다. "점수차가 커져서 다른 경기를 보다가 점수를 따라가는 게 보여서 다시 켰는데 그때 홈런을 쳤다"며 "안타만 쳐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나와서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날 승리를 계기로 LG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홍창기는 "항상 말하지만, 우리 팀은 누가 한 명 빠진다고 티나는 팀이 아니다"라면서 "(팀이 고전할 때는) 경기를 잘 안봤지만, 떨어져도 다시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잘할 줄 알았고, 생각보다 훨씬 잘해줘서 좋았다"고 믿음을 보였다.
LG가 홍창기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시 1번타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신민재가 있었다. 신민재는 시즌 타율 0.318, 출루율 0.402를 기록하며 홍창기 대신 리드오프 몫을 해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신민재를 계속 1번으로 기용하고 홍창기를 2번에 배치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창기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신민재가 잘하면 당연히 민재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재가 부진할 때 내가 잘치면 내가 나가면 되고. 민재가 잘하고 있는데 내가 왔다고 해서 1번이 되는 건 아니다. 타순이 몇 번이든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며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홍창기는 9월 9일부터 이천에서 열린 퓨처스 두산전 3경기에 출전하며 실전감각을 점검했다. 첫 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 1볼넷, 10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1일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해 총 8타수 3안타 2볼넷의 성적을 거뒀다.
"오랜만에 경기한 것 치고는 괜찮았다. 안타도 나오고 공도 잘 봤다"고 자평했다. 부상 부위가 다리였던 만큼 2개의 내야안타를 기록한 것도 좋은 신호다. 다만 홍창기는 "100% 전력질주로 나온 내야안타는 아니었다. 코스가 좋아서 나온 것도 있고 내야수가 흘린 것도 있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외야 수비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외야 수비는 아직 한 번도 안 했고 캐치볼 정도만 하고 있다.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수비는 무리하지 말자고 하셔서 시즌 끝날 때쯤 연습하면서 천천히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잔여 경기에서 부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홍창기를 외야수로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다.
홍창기는 복귀 후 목표에 대한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답했다. "원래 내가 하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다치고 와도 별 차이 없네' '원래 하던 대로 잘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다.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잘하겠다."
"모든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셔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한 홍창기는 LG 팬들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했다. 댓글도 많이 써주시고 정말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홍창기는 13일부터 대타로 출전할 예정이다. 홍창기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정식 등록이 되고 벤치에 앉으면 실감이 날 것 같다"면서 그라운드 복귀에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2위 한화에 3.5경기차 앞선 가운데 막판 선두 굳히기에 나선 LG로선 돌아온 홍창기만큼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부상 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처럼, 홍창기의 복귀가 LG의 우승 가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