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에이스 구창모가 돌아왔다(사진=NC)
NC 에이스 구창모가 돌아왔다(사진=NC)

 

[스포츠춘추=잠실]

첫 등판도 3이닝, 두 번째도 3이닝. 이닝은 그대로이고 투구수 제한만 55구에서 60구로 늘린다. 711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돌아온 에이스 구창모를 관리하는 NC 다이노스의 방식이다. 보통 부상 복귀 투수를 빌드업할 때는 등판할 때마다 이닝을 늘려가게 마련인데, NC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이유가 뭘까.

12일 우천으로 취소된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호준 감독은 "구창모는 14일 창원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다"면서 "직전 등판에서 3이닝 55구 제한이 있었는데 50구만 던지고 내려왔다. 다음 등판에는 3이닝 60구를 던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즌 3번째 등판부터 이닝을 늘린다"고 말했다. 2번의 3이닝 등판을 무사히 소화한 뒤에야 4이닝으로 늘린다는 신중한 계획이다.

왜 투구수만 늘리고 이닝은 3이닝 그대로일까. 이호준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처음 들었다. 3이닝과 4이닝 던지는 게 투수들에게는 다르다고 한다"며 "같은 투구수를 던져도 이닝을 추가로 더 소화했을 때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투구수가 계획보다 적어도 3이닝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구창모가 14일 경기에서 3이닝을 40구로 끝낸다면 불펜에서 나머지 20구를 던질 예정이다. 이 감독은 "정확한 이닝과 투구수 설정이 필요하다"며 "마운드에서 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마운드와 불펜에서의 부담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구창모는 2020시즌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올라섰다(사진=NC)
구창모는 2020시즌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올라섰다(사진=NC)

NC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구창모의 부상 이력 때문이다. 2020년 전반기 9승 무패 평균자책 1.55로 리그를 평정했던 구창모는 전완부 피로골절로 후반기를 날렸다. 한국시리즈에 돌아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21년 수술로 시즌 전체를 날렸고, 2022년 복귀 후에도 갖은 부상에 시달렸다. 2023년에는 다시 척골 피로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상무 복무 기간도 순탄하지 않았다. 1년 6개월 동안 고작 5차례만 마운드에 올랐다. 4월 중순 타구에 맞은 이후 제대로 던지지 못했고, 전역 후에도 팔꿈치 뭉침 증세로 투구를 중단해야 했다. 올 시즌 1군 복귀조차 불투명할 정도였다. 이런 반복된 부상 이력이 NC로 하여금 극도로 보수적인 접근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일 KIA전에서 구창모는 3이닝 4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희망을 선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3km/h로 아직 10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50구 중 38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는 제구력과 게임 운영 능력은 여전했다. 이호준 감독도 "역시 구창모는 구창모다"라며 만족해했다. 통증 없이 무사히 3이닝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구창모에게는 올 시즌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NC와 2030시즌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을 맺은 구창모는 올 시즌을 준비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올시즌을 무사히 소화한 뒤 2026시즌부터 본격적인 전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NC의 계산이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중요한 목표다.

부상만 없으면 류현진-양현종-김광현에 버금가는 에이스라는 평가가 따라다니지만, 건강한 날보다 아픈 날이 많았던 구창모. NC는 이번에는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경기 연속 3이닝이라는 제한이 답답할 수 있지만, 이것이 건강한 구창모를 더 오래 보기 위한 길이라는 것이 NC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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