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미국의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의 총격 사망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몇몇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이 개인 SNS에 추모글을 올려 야구팬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커크가 생전 인종차별적 발언과 극단적 보수 사상을 드러낸 인물이었던 만큼,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커크 추모를 불편해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12일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자신의 SNS 스토리에 찰리 커크 추모 게시물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LG 트윈스의 오스틴 딘, NC 다이노스의 로건 앨런, KIA 타이거즈의 애덤 올러 등 다수의 외국인 선수들이 추모 메시지를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리 커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 활동가로, 우파 청년 단체 '터닝 포인트 USA'를 창립해 이끌어왔다. 그는 생전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여야 한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극단적 혐오 발언을 일삼았고,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을 "나쁜 인간"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도 악명 높았다. 그는 "고객 서비스의 멍청한 흑인 여성을 상대할 때면, 그녀가 그 자리에 있는 게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우대 고용 정책 때문인지 궁금해진다"고 말했고, "흑인 파일럿을 보게 된다면 나는 '와, 얘 자격증 진짜였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영국 식민주의가 실제로 세계를 품위 있게 만들었다"며 제국주의를 옹호했고, 아시아계를 포함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문제적 인물을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추모한 것에 대해 팬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야구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 팬은 SNS에 "오늘 우리팀 외국인 선수가 죽었다"며 커크 추모 게시물을 보고 애정이 식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팬도 "외국인 선수들이 추모글을 올렸다는 거 듣고 기가 막혔다. 한국이 총기 규제 국가라 힘드시겠다"고 비꼬았다.
커크가 총기 규제에 강력히 반대하며 "총기로 인한 인명 피해는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발언했던 점을 들어, 팬들은 "총기 사용 못해서 얼마나 불안해하며 한국살이 하는 건가"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동양인 싫어할 거 같은데 돈 벌겠다고 동양까지 왔네", "인종차별주의자가 혐오하는 황인들이랑 같이 팀활동은 어떻게 하나 모르겠다"고 커크의 사상과 선수들의 추모를 연결지었다.
흥미롭게도 추모글을 올린 선수들 대부분이 미국 남부 지역, 특히 텍사스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한 팬은 "텍사스는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이라며 지역적 배경을 지적했다. 일부 팬은 "백인 남성은 디폴트가 극우"라고 싸잡아 비판했고, 다른 팬은 "솔직히 백인 기득권 남성들이라 기본이 그냥 트럼프 지지자라고 보는 게 편하다. 거기다가 교회 다니고 남부 출신이면 200%"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 성향은 개인의 자유" "사람이 죽었는데 추모하는 것까지 문제삼는 건 지나치게 정치적인 생각"라며 선수들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미국 사회 전반에 커크 사망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냈다가 해고당하는 사례도 나오는 미국 현지 상황이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들도 이런 미국 사회의 이념 지형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팬들은 "어차피 야구선수 중에 비슷한 성향이 많을 텐데 티라도 내지 말라"며 선수들의 신중한 SNS 활동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연예인 최시원이 찰리 커크 추모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사건에서 나타나듯, 생전 극우 성향과 인종차별로 혐오를 조장했던 인물을 추모하는 건 미국 현지에선 몰라도 한국 정서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